[예술 속 과학읽기] (3) 사람 머리와 나무의 차이는…

입력 2012-01-15 17:53


살바도르 달리(1904∼89)는 광인같은 행동과는 달리 일생을 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사상가나 문학자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반면 과학자들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영혼의 불멸성까지도”라고 말하던 그였다.

달리는 1945년 히로시마의 핵폭탄 투하로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비키니의 세 스핑크스’는 46년 미국의 비키니 핵실험 후 그렸다. 모호한 풍경 속, 커다란 사람머리와 그 뒤로 같은 모습의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멀리 산 너머 또 다른 머리가 솟아나 있다. 스핑크스가 사람 머리와 동물의 몸을 가진 이중의미의 괴수이듯, 몸체 없이 솟아오른 사람 머리와 나무는 더블 이미지 기법의 다중의미를 함축한다. 사람 머리는 버섯구름을 연상시키고, 나무줄기를 관통한 구멍은 파괴된 자연을 보여준다.

전면에 그려진 뇌 속에는 아인슈타인의 프로필을 숨은 그림처럼 그려 넣었다.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생각을 상징하고자 했을까. 미국에서 최초의 핵폭탄 실험에 성공한 곳이 트리니티(삼위일체) 사막이라는 사실도 스핑크스 셋을 그려놓은 이 작품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