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인교] 선거 포퓰리즘 경계하자
입력 2012-01-15 17:53
올해는 선거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59개국에서 전 세계 인구의 53%가 유권자로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진보주의자들은 선거혁명을 부르짖지만, 선거 포퓰리즘이 향후 개별 국민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학자들은 올해 유난히 선거 포퓰리즘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몰아닥친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고용불안에 이어 최근에는 재정위기로 인한 정부지출 감소로 경제난과 국민의 불만이 높아진 틈을 타 유권자들이 솔깃해 할 수 있는 선심성 공약이 많은 국가에서 남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총선에 이어 대선이 예정된 국가의 경우, 선심성 공약으로 의회를 장악하게 된 다수당이 대선에서도 이기기 위해 포퓰리즘 공약을 입법화함에 따라 정부지출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이로 인해 몇 년 뒤에는 현재보다 훨씬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고, 세계경제 전체에 깊은 주름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 포퓰리즘은 재정지출 확대에 한정되지 않고, 통상정책에도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반통상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검역 관련 개정으로 우리나라는 캐나다로부터 제소를 당했고, 지난해에는 국제통상법 위반 소지가 있는 유통법과 상생법이 개정됐다. 골목상권을 지키고 중소기업의 애로를 풀어줘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법률 개정은 또 다른 화를 초래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고, 정부는 이를 발판으로 2020년까지 2조 달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인구 5000만의 우리나라가 세계 7위 무역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통상환경 변화에 순응해 개방·개혁정책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국민의 우수한 역량을 경제발전에 집결시켰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포퓰리즘 확산은 ‘교역 1조 달러 클럽’이란 국가 위상을 훼손시킬 뿐 아니라,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는 주요 교역국과의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야기하게 된다. 통상마찰로 교역이 줄면 국민경제가 위축되고 서민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즉 포퓰리즘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폐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
올해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반개방세력들이 복지 포퓰리즘을 선동하며 국정과 사회기반을 흔듦으로써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 포퓰리즘은 얼마 안가 후유증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국가정상화와 건전사회 유지를 위해 반드시 배격해야 할 대상이다.
지난해 말 우리 국회는 통상절차법을 제정했다. 당초 야당이 제안한법안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 상당 부분 순화됐으나, 국회의 통상정책 참여 범위가 넓어졌고, 통상문제에 대한 정부와 국회 간 간격이 좁혀질 수 있게 됐다. 국회와 정치권은 통상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통상절차법 규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사례로 보면, 공짜 점심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 낸 세금이 복지재원이 되며,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재원을 통상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 복지 포퓰리즘에 이어 통상분야에서도 포퓰리즘이 일게 된다면 복지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유럽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선거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 복지를 확대해야 하지만, 복지재원 자체를 죽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유권자들도 포퓰리즘의 실체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며, 지식인들도 지나친 선거 포퓰리즘의 후유증을 일깨우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