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가세… 재벌家 3세들 패션전쟁

입력 2012-01-13 22:17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홈쇼핑을 통해 국내 1위 여성복 업체인 ㈜한섬을 인수하며 패션사업에 진출한다. 현대홈쇼핑은 한섬의 지분 34.6%를 420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인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한섬의 정재봉 사장을 만나 직접 담판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로 현대백화점 그룹은 신세계, 롯데와 패션경쟁을 벌이게 됐다.

신세계는 패션 자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SI)을 통해 아르마니, 코치 등 명품 수입에 주력했으나 지난해 여성 캐주얼 브랜드 ‘톰보이’를 인수하며 패션 제조업 강화에 나섰다.

롯데는 유니클로 한국법인 49%를 보유하는 등 단순 지분투자를 하다 지난해 여성복 브랜드 ‘나이스크랍’을 만드는 NFC를 인수하며 패션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또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손자라는 점에서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손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딸), 외손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녀)과 함께 패션계의 재벌가 3세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했고, 인수 자금은 내부 보유 현금으로 충당했다”며 “한섬은 영업이익률이 20%가 넘을 정도로 탄탄한데다 백화점 및 홈쇼핑과의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재봉 사장은 한섬을 탄탄하게 운영해왔으나 후계자를 키우지 못해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한섬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정 회장은 한섬이 패션업계에서 지닌 위상을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홈쇼핑이 인수주체가 된 것은 매년 1~2개씩 새 점포를 내고 있는 백화점에 비해 자금여력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87년 설립된 한섬은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등 고급 여성 의류 브랜드와 타임옴므, 시스템옴므 등의 고급 남성 의류 브랜드, 발렌시아가, 끌로에, 랑방, 지방시 등 수입브랜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브랜드수만 14개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5023억원, 영업이익은 1051억원을 기록해 국내 최대 패션기업인 제일모직보다 여성복 부문에서는 앞선다. 현대백화점측은 “한섬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정재봉 사장에게 그대로 경영을 맡기고 임직원 고용도 보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