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돈봉투 일파만파] 안병용 “돈봉투는 이재오 죽이기… 돌린 적 없다”
입력 2012-01-13 19:08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빌미로 친이명박계가 대반격을 시작한 것인가. 돈 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된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13일 서울 응암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특정세력의 음모와 배후설을 제기하면서 “이재오 죽이기”라고 반발했고 이재오 의원도 안 위원장 주장이 맞다고 공개 발언하고 나섰다.
안 위원장은 “쇄신의 미명 하에 경쟁자를 죽이고 단독(대선) 후보 추대를 위한 밑그림이 시작된 것”이라며 “억지로 관련 지어 특정세력에서 ‘이재오 죽이기’를 위해 저를 이용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특정세력에 대해 “당내의 큰 세력”이라며 친박근혜계를 지목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구의원들의 보복성 음해”라며 “돈 봉투 의혹을 제보한 구의원들은 (내 지역구인 서울 은평갑에서) 모 예비후보를 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예비후보는 자신의 돈 봉투 연루 의혹을 보도한 신문사의 워싱턴특파원을 역임한 전 당협위원장으로 친박 성향에 4·11 총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친 김에 안 위원장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직접 겨냥했다. 그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특정후보가 많은 돈을 썼다는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박 위원장은 2007년 경선 때의 사건들도 즉각 수사 의뢰해 주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 정도면 박 위원장의 턱밑까지 비수를 들이댄 것이란 시각이 당 일각에서 터져 나왔다. 이 의원도 이날 인터넷 보수논객들의 모임인 ‘더펜(The Pen)’ 주최 토크콘서트에 출연, “‘이재오 잡기 정치공세”라며 “결국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를 잡으려는 악의적 구도로 음모이자 여론몰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이 의원이 공개적으로 음모론에 동조하고 나서 향후 험난한 파고를 예고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정몽준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회동했을 때 계파갈등으로 비쳐진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하지만 그는 12일 밤 트위터에 “천지도 모르고 깨춤추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9일에도 ‘깜이 엄마’ 일화를 트위터에 소개하면서 “‘깜’도 안 되는 것이 어디서 굴러 와서 동네 시끄럽게 하는 거야”라고 비대위를 겨냥한 듯한 역정(?)을 내기도 했다.
친박계는 황당해서 논쟁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윤상현 의원은 “돈 봉투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이 친박계인가”라면서 “한나라당 전체에 부담이 되는 사건을 친박계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터트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친박 일각에서는 비대위 차원에서 안 위원장에 대한 징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 일각에선 은평갑 공천을 둘러싸고 비롯된 친이·친박 후보들 간 과열경쟁이 자칫 계파 간 전면적인 대격돌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