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돈봉투 일파만파] 구의원들 “돈전달 지시 받았다”

입력 2012-01-13 21:53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면돌파를 택했다.

13일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신호탄이다. 안 위원장이 돈 봉투 전달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는데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뒷받침하는 물증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검찰은 서울 및 부산지역 38곳의 현역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이름이 기재된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는 안 위원장이 직접 작성했다.

검찰은 또 안 위원장으로부터 돈 봉투 전달 지시를 받았다는 구의원들로부터 돈 전달 정황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진술도 확보했다. 한 구의원은 검찰에서 “안 위원장이 오라고 해 박희태 후보캠프 아래층 사무실에 갔더니 ‘수고 좀 해줘야겠다’며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 돌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시킨 심부름도 못한다”고 언짢아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안 위원장에게 돈을 돌려줬다는 구의원들은 지시받은 ‘19∼48번’의 당협에는 금품 살포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1∼18번 등 다른 당협에는 돈이 전달됐을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문서에 당 대표 경선 경쟁자였던 정몽준 의원 이름도 있었다는 점을 들어 돈 살포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검찰은 고명진 전 국회의장 비서관을 통한 돈 봉투 전달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확정하기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12일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해 고 전 비서관이 2008년부터 최근까지 주고받은 이메일 기록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메일을 주고받은 인물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돈 봉투 전달 경위와 지시한 사람에 대한 증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전 비서관은 이틀째 강도 높은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만 인정했을 뿐 돈 봉투를 전달한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검찰에서 “돌려받은 300만원은 따로 위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 전 비서관 지휘라인을 캐기 위해 조모 국회의장 정책수석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윗선에 대한 조사를 통해 돈 봉투 전달자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 고승덕 의원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다음 날인 9일부터 고 전 비서관은 근무하는 Y의원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검찰은 또 조 수석을 비롯한 캠프 관계자들의 계좌추적을 통해 의심스런 자금 인출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고 전 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