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돈봉투 일파만파] 박근혜 ‘마이웨이’…“당 쇄신 한 눈 안판다” 거듭 천명
입력 2012-01-13 21:56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당내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이재오 죽이기’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대신 당 행사에 잇따라 참석하며 한나라당을 ‘이명박당’에서 ‘박근혜당’으로 전환시키는 데 주력했다.
박 위원장은 수원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총선은 눈앞에 다가왔는데 안 좋은 일들이 연이어 나와 걱정이 많으실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위기가 과거 모든 구태와 단절하고 새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심의 찬바람 앞에 숨을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국민 앞에 약속한 쇄신의 길을 한눈팔지 않고 걸어가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년인사회에 함께한 김문수 경기지사도 “비리 인사들은 다 척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자신을 포함해 누구라도”라며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전 당원이 쇄신해 민생과 민심을 챙기면 그 어떤 칼바람도 헤쳐 나가지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인사동에서 정몽준 홍준표 전 대표와 만나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 사퇴를 요구한 것에 비하면, 겉으로만 봐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김 지사는 “저보고 친박이다, 반박이다 여러 얘기를 하는데 저는 친박도, 반박도 아니다”고도 했다.
이어 천안의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 위원장은 7월 1일 세종식 출범 등을 거론하며 “저는 충남에 올 때면 약속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우리가 약속을 지켰을 때 도민들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셨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크게 꾸짖어주셨다”고 말했다. 자신이 세종시 건설 수정을 추진한 현 정부에 맞섰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기세로 볼 때 박 위원장의 ‘당권’ 접수 및 MB 차별화는 갈수록 농도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정부의 KTX 민영화 방침에 제동을 건 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위원장이 총선 공약을 확정하게 되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과는 같이 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 내부를 향한 ‘정리된 주문’은 오는 17일 비대위원과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1차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비대위를 흔들지 말라”고 경고한 상황에서 비대위에 한 번 더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
따라서 당 안팎의 최대 관심은 결국 설 연휴 이후 박 위원장이 겨눌 ‘공천 칼끝’이다. 그는 설 연휴 전까지 공천 기준에 관한 당내 논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연휴 동안 생각을 가다듬은 다음 곧바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파 갈등이 불가피한 게 한나라당의 현 주소다. 자신이 ‘모셔온’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박 위원장이 손에 얼마만큼의 피를 묻힐지가 관건이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