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 제재 각국 움직임과 우리 정부 대책은…] 사우디 등 “부족분 메워주겠다”… NYT 보도
입력 2012-01-13 23:18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의 ‘이란 원유 판매 목조르기’가 이미 효과를 내는 양상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원유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3국이 유럽에 이어 원유 수입 감소로 방향을 잡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들은 이들 3개국에 이란산 원유 금수에 따른 공백을 메워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압박을 받아온 한·중·일 3국의 원유수급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국무부 에너지부 재무부 직원들로 특별팀을 구성, 이란 중앙은행의 최대 돈줄인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란은 원유 수출로 연간 75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지난해 12월 31일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서명한 ‘이란 중앙은행 제재법’이 먹혀들고 있다는 첫 신호는 일본에서 왔다. 시기적으로 유럽이 먼저 이란 원유 수입금지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이는 일찍부터 예상됐던 터. 미국에겐 아시아 국가들의 반응이 관건이었는데 일본은 12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호소에 “이란 원유수입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13일 자국 경영자들 및 미국 측과 협의한 뒤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기류 변화는 이란에 최대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란 원유수출량의 22%를 수입하는 최대 고객이다. 중국 지도부가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최근 방중한 가이트너 장관의 이란산 석유 수입금지 조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중국은 수 주전부터 이란산 석유에 대한 장기수입계약을 크게 줄였다는 것. 이는 이란과 거리를 두기 위함이거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이란산 원유를 현물시장에서 싸게 구입하겠다는 계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13일 중국이 제재 덕분에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 정유업계가 이미 이란에 대해 유가 할인과 좋은 거래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뉴욕 석유시장 분석책임자인 마이클 위트너는 “제재 덕택에 (이란과의 석유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의 입지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된 수치는 없지만, 중국이 이란과 할인된 가격에 원유도입 계약을 맺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란 제재에 따른 국제 원유가 급등이라는 불똥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추가 원유 공급원 확보도 긍정적이다. 사다드 이브라힘 알-후세이니 사우디 국영 아람코의 원유탐사 부문 사장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산유국들은 중국 일본 한국이 추가 원유 공급을 요구한다면 어떻게든 이를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유전문가들은 미국의 동맹 산유국들이 추가 원유 공급에 나서더라도 그 유효성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사태가 길어질 경우 결국 원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이미 불안한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