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NS 여론에 발목 잡힌 KTX 경쟁체제
입력 2012-01-13 18:09
철도 운영에 민간을 참여시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벽에 부딪쳤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연말 서울 수서에서 출발하는 경부 및 호남선 KTX 운영권을 민간에 위탁하겠다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그제 20개 민간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들이 반대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비판 글이 잇따르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비대위 측은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있는 만큼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 방안이 수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철도 경영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대명제에 토를 달기는 어렵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레일은 부채가 10조원에 이르며 연간 수천억원의 영업적자 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인건비는 2007년 이후 5년간 22%가 올랐고, 평균연봉은 5800만원 수준이다. 교통연구원은 코레일과 민간의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서비스가 개선되고 요금은 최대 20%까지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반대론자들은 철도의 공공성에 비춰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신 항공 방송 등도 특별한 문제 없이 민영화의 길을 걸어 국제적 경쟁력까지 갖춘 마당에 철도만 안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또 민간에게 위탁되는 것은 철도시설 운영이며, 시설 자체는 여전히 국가 소유로 남기 때문에 민영화란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철도 부문 가운데 흑자를 내는 KTX만 민간에 넘기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도 있지만 투명한 공개입찰 시스템을 거치면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철도운영 경쟁체제 정책은 2004년 수립된 철도구조개혁 기본계획이란 밑그림에 따라 진행돼온 사업이다. 여당 지도부가 이런 여러 사항들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채, 종종 타당성을 잃어 ‘괴담’에 가까운 SNS 여론에만 덜컥 따르는 것은 위험한 태도다. 정부와의 보다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