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이오大 “까마귀, 더이상 오합지졸 아니다”
입력 2012-01-12 19:07
흔히 어중이떠중이를 까마귀에 빗대 ‘오합지졸(烏合之卒)’이나 ‘오합지중(烏合之衆)’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까마귀라고 해서 대충 모여 있는 게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게이오(慶應)대 와타나베 시게루(渡邊茂) 교수와 이자와 에이이치(伊澤榮一) 특임교수는 큰부리까마귀가 동료 까마귀의 울음소리와 모습을 연관지어 인식한다는 실험 결과를 영국 왕립학술원 생물학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와타나베 교수 등은 까마귀 두 마리를 새장에 넣은 뒤 망을 사이에 두고 서로 모습을 보게 했다.
그 후 상대가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닫은 뒤에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새장에서 꺼냈고, 남은 까마귀에게 녹음해둔 여러 마리의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려줬다.
새장에 남은 까마귀는 망 너머에 있던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려도 거의 반응하지 않았지만, 본 적이 없는 까마귀의 소리가 들리면 즉시 커튼 틈새로 수 초간 새장 밖을 노려봤다.
와타나베 교수 등은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까마귀가 상대의 모습을 보고 어떤 울음소리인지 예상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오합지졸은 ‘후한서(後漢書)’에 나온 말로 경엄이라는 사람이 유수에게 협력하고자 군대를 이끌고 달려가려고 할 때 “유수가 아니라 왕랑에게 협력하자”는 부하의 말을 듣고 이를 꾸짖으며 “우리 돌격대가 왕랑의 오합지중을 쳐부수기란 썩은 나무 꺾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