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군부 갈등 최고조… 정부, 친 군부세력인 국방장관 해임에 군부 큰 반발
입력 2012-01-12 19:08
파키스탄에서 민간 정부와 군부 사이에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현 정부는 지난 2008년 10년간의 군사 독재를 끝내고 출범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금껏 한번도 민간 정부가 임기를 채운 적이 없다. 번번이 군사 쿠데타에 의해 무너졌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군부뿐 아니라 사법부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민간 정부가 임기를 못 채우는 비극적인 관행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 ‘중대한 과오와 불법 행위’를 이유로 친군부 세력인 나엠 칼리드 로드히 국방장관을 해임했다. 후임에는 민간인 출신의 마르기스 세티가 정해졌으며 그는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극도로 화가 난 군부는 새 국방장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는 국가에 통탄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했다.
군부와 정부 간의 긴장은 지난해 10월 발견된 한 메모에서부터 시작됐다. 메모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측근인 후사인 하카니 당시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가 쓴 것이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으니 이를 막아 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내용이다.
하카니 대사는 이 같은 사실을 단호하게 부인했지만 지난해 말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이 메모는 빈 라덴 근거지에 대한 미국의 기습 공습으로 이미 모욕감을 느낀 파키스탄 군부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군부는 해당 메모가 군대를 비방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모 스캔들의 배후가 누구인지 철저히 조사할 것을 사법당국에 요구했다.
대통령은 이 사건을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대법원은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와 사법부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