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돈봉투 일파만파] “명함은커녕 인사도 안받는다”… 싸늘한 민심에 與 수도권 의원들 울상
입력 2012-01-12 19:03
“명함을 건네기는커녕 인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12일 수도권의 한 의원이 토로한 현장 분위기다. 특히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캠프의 서울 지역 원외 조직을 담당하면서 돈을 살포한 당사자로 지목된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이틀째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서울지역 의원들과 예비 후보들에겐 마치 ‘쓰나미’에 일격을 맞은 형국이었다. 안 위원장이 한때 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던 터라 당은 더욱 술렁였다. 서울의 한 의원은 “고승덕 의원이 ‘쇼핑백 안에 노란(돈)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말한 부분과 안 위원장이 30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 돌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서울의 총선은 끝난 것”이라고 탄식했다.
친이계와 청와대에 쏠리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당 관계자는 “2008년 전대 당시 박희태 후보를 밀었던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면서 “검찰이 자금의 규모와 출처까지 밝혀내는 날엔 의원들과 당원협의회 간부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해져 4월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건 인사로 박 의장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에 쏠리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 수석은 “고 의원과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의 시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2008년 전당대회뿐 아니라 2010년과 2011년 전당대회,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맞붙었던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돈 선거 의혹까지 손을 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만에 하나 검찰 수사가 다른 경선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여권의 핵분열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인지 당은 박 의장 ‘꼬리 자르기’에 안간힘을 썼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권력서열 2위의 박 의장이 해외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는 것은 국격의 문제와 연결되는 만큼 잡힌 일정은 그대로 다 소화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외국에서) 들어오자마자 바로 깨끗하게 검찰수사에 응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대위에서 박 의장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이야기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사자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면서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 이상 박 의장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오 의원 측도 “이 의원은 4월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에 건너가 있었기 때문에 2008년 7·3 전당대회와 무관하다. 전대에 관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안 위원장과의 선을 분명히 그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