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돈봉투 일파만파] 2008년 박희태 캠프, 서둘러 친이계 조직 가동

입력 2012-01-12 19:03

검찰의 돈 봉투 사건 수사가 본 궤도에 진입하면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전당대회는 ‘박희태 대세론’이 지배하는 분위기였다. 친이명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박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선거전 초반에 팽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반전에 들어서자 정몽준 후보의 거센 추격으로 대세론이 흔들리는 양상으로 변했다. 그러자 박 캠프 측은 서둘러 친이계 전국 조직을 가동했다고 한다.

이를 진두지휘한 캠프 보좌진들은 누구일까.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조모 국회의장 수석비서관 등이 꼽힌다. 김 수석이 박 의장과 의원들 간 네크워크 구축을 담당하고 안 위원장은 원외위원장 조직표를 챙겼으며 조 수석은 선거자금 관리를 맡았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역할은 안 위원장이 했다는 전언이다. 그가 원외 조직을 담당하면서 돈 봉투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친이계 원외 위원장 23인 모임인 ‘거해’ 회장이었던 안 위원장은 계파 전체의 조직표 단속을 책임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꼬마 민주당’ 당료로 정치를 시작해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합류했으며 2008년 18대 총선 때 은평갑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2010년 전대 때도 친이계 안상수 후보를 도왔고 ‘안상수 대표 체제’ 출범 후 핵심 당직인 제2사무부총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김 수석은 캠프 실무 준비단장이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로 활동하며 선대위원장이었던 박희태 국회의장과 호흡을 맞췄으며 박 의장이 당 대표에 당선된 뒤에는 비서실장이 됐다. 전대 캠프 측은 비록 초선이지만 적지 않은 나이(당시 56세)와 무게감 있는 언행을 갖춘 김 수석을 동료 의원들을 박 의장 지지 대열에 합류시킬 수 있는 적격자로 여겼다.

20년 넘게 지근거리에서 박 의장을 보좌하고 있는 조 수석은 당시 캠프 내 재정 총무였다. 선거 비용 전반을 관리·운영하면서 돈 씀씀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자리다. 핵심 당직자는 12일 “조 수석은 20년 넘게 박 의장의 집사 노릇을 해왔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고승덕 의원에게 건네진 돈 봉투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박 의장 비서였던 고명진씨는 심부름만 했고 그의 뒤에는 이들 핵심 3인방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