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대위 ‘성희롱·병역회피·위장전입·탈세 전력자 공천 안돼~’

입력 2012-01-12 23:17


쉴 새 없이 터지는 악재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 선을 넘어서는 논란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공천 작업 스타트, 돈 봉투 돌리면 총선 후보 자격 박탈=박 위원장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히 쇄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핵심으로 공천 작업이 사실상 이날부터 시작됐다. 오는 16일까지 비대위 정치쇄신분과위에서 공천 기준을 마련하면 17일 비대위원과 국회의원들이 연석회의를 열어 논의키로 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연석회의에서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비대위가 19일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또 돈 봉투 살포와 같은 행위를 하면 즉각 총선 후보자 자격을 박탈키로 했다. 박 위원장은 “돈 봉투 사건에 수사의뢰까지 하는 등 과거 관행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경선에서 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큰 타격이겠느냐”고 했다.

정치쇄신분과위는 오후 회의를 열어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현재 당규에 명시된 11개 항목 외에 성희롱이나 병역회피, 탈세,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 등 국민 정서상 용납될 수 없는 도덕적 문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강부자’(강남 땅부자) 인사 파문과 일부 의원의 성희롱 논란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공천 심사위에 당내 인사 비율을 3분의 1로 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18대 총선 공심위의 경우 11명 위원 중 6명이 외부 인사였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 “총선 출마 안 한다”=‘점령군’이라는 비난까지 들은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황 대변인은 “외부 위원들은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는 김종인 이상돈 이양희 이준석 조동성 조현정 등 6명의 외부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사심(私心)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줌으로써 박 위원장의 공천 쇄신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모으자 “어렵게 말씀한 것으로, 이를 정리해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동의를 표시했다.

朴, 결국 보수 끌어안기로=박 위원장은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 표현을 빼야 된다고 요구한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친이명박계를 비롯한 당내 세력 간 충돌에서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박 위원장이 불필요한 논쟁이라며 중단을 ‘지시’하자 비대위는 곧바로 전체회의를 거쳐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보수 삭제를 줄기차게 제기했던 김종인 비대위원도 기자들에게 “내 개인 생각을 추호도 바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결정했으면 따라야 할 것”이라며 수용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박 위원장으로서는 보수 표현 삭제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집토끼’(전통적 보수지지층)를 잃어가면서 하는 외연 확대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로써 여당 내 큰 분란 하나가 해소됐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