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임원 또… ‘에이스’회장 檢소환 앞두고 자살
입력 2012-01-12 18:53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임원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사법 처리에 대한 부담과 피해 고객에 대한 죄책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에 따르면 김학헌(57)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은 12일 오전 8시쯤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방배경찰서는 “김 회장이 천장 화재감지기에 목을 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객실에서 발견된 유서는 검찰을 향해 쓴 것으로 “억울하다. 수사를 잘 해 달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회장 시신에는 흉기를 사용해 자해한 흔적이 있었으며 현장에서는 거의 다 비운 양주병이 발견됐다.
저축은행 비리수사로 은행 임원이 자살한 것은 지난해 9월 투신한 제일2상호저축은행 정구행(50) 행장과 지난해 11월 목을 매 숨진 토마토2저축은행 차모(50) 상무에 이어 세 번째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세 차례 소환을 통보했는데 집안 사정으로 연기를 요청해 오늘 나오기로 한 것”이라며 “검찰 소환을 앞두고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사업과 관련해 시행사에 약 6900억원을 불법대출해 준 혐의(상호저축은행법 위반)를 받고 있었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부실대출 사실을 정확히 몰랐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사재를 털어서라도 예금보호 한도(5000만원)를 초과해 원금손실 피해를 본 예금자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구행 행장도 투신 직전 한 이사에게 “후순위채 5000만원 초과 예금 고객이 있다. 관계기관의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죗값은 제가 받겠다”고 쓴 자필 편지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여신업무를 담당했던 차 상무도 강도 높은 검찰 수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난을 우려하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숨진 임원들에 대한 강제소환이나 조사과정에서의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검은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부실 원인과 대주주, 경영진 등의 형사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중수부 산하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을 설치, 다섯 달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4일 부산 삼화 보해저축은행 수사결과를 각각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나머지 저축은행에 대한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