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순만] 기회의 창

입력 2012-01-12 18:42

경영학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기회의 창’이라는 말은 몸의 신진대사와 관련된 용어다. 유산소운동이나 중량운동을 강하게 하면 신체 에너지가 고갈된다. 이때 간의 글리코겐 수치와 혈당이 떨어지고 인슐린이 민감해져 몸은 영양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양흡수 극대화 상태가 되는데 이를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라고 한다.

창이 열리면 가능한 한 빨리 보충해줘야 할 영양이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흡수가 빠른 포도 주스와 같은 단당류 탄수화물이 가장 먼저 요구된다. 탄수화물 보충 이후에는 단백질을 섭취해줘야 근육이 합성된다. 근육이 커지는 것은 트레이닝의 과부하를 통해 근섬유가 비대해지는 것을 말하는데, 몸의 골격근을 형성하는 단백질을 섭취함으로써 근육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기회의 창 타이밍에 영양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근육 속에 저장돼 있던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됨으로써 근육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연초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며 “우리는 기회의 창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대화·협력의 문을 최대한 열어놓겠다는 의미다. 10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후 정부당국자는 “장기적으로 한·중 FTA도 북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적으로 결코 간단하지 않은 한·중 FTA까지도 남북통일을 이끌어내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1일 “우리는 이미 남조선 당국에 줄 수 있는 기회는 다 주었다. 하지만 역적패당은 기회의 창을 스스로 막아버렸다”고 비난했다. 쌀 떨어진 부엌에서 바가지 소리가 요란한 형국이다.

신진대사 이론대로라면 기회의 창은 그렇게 오래 열리는 것이 아니다. 운동 후 영양을 보충해줘야 할 타이밍은 30분 이내가 최적이고 길어야 2시간이다. 그때를 놓치면 오히려 근 손실이 일어난다. 기회의 창이 아무 때나 열리는 것도 아니다. 격한 운동으로 에너지가 고갈됐을 때 호르몬의 작용으로 열리는 것이다.

기회는 고통스런 순간에 찾아온다. 이를 잘 활용하면 극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를 제때에 활용하지 못하면 역사에 오점을 남긴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s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