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에 비오는 날이 많은 이유는… ‘문학 멘토링’

입력 2012-01-12 18:34


문학 멘토링/정여울/이순

주요섭의 단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서술자가 옥희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소설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탈바꿈하지 않았을까.

“어른들의 시선을 통해 이 이야기를 서술한다면 자칫 진부한 러브 스토리로 각색될 수 있을 것이다. 옥희는 어른들의 복잡한 내면을 알지 못하기에, 옥희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독자에게 더욱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72쪽)

문학은 실용서가 없다. 텍스트 자체가 몸이자 살이자 뼈이기 때문이다. 문학을 실용화한다는 건 일견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문학평론가 정여울(36)의 말은 좀 다르다. 그는 마음의 양식이 되는 문학에 대해 “씹을수록 맛있는 음식이고, 만날수록 새로운 장점을 발견하게 되는 멋진 친구”라고 설명한다. 문학과 친숙하지 못한 독자라면 이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문학도 실용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문학 작품 속에 유독 비 오는 날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예로 든다. 소설 첫 부분에 “내가 이렇게 아픈데…”라고 탄식하면서 오늘은 비가 오니 집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던 아내의 애원과 비 오는 날의 우울한 거리 분위기는 이 작품의 복선이 된다는 것이다. “어쩐지 운수가 너무 좋다 했더니, 그(주인공 김첨지)가 환호했던 행운은 감당하기 어려운 커다란 불행으로 역전된 것이다. 이 작품은 제목도 아이러니하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 자체가 반어적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이다.”(116쪽)

국내 문학뿐 아니라 ‘피터 팬’의 후크 선장,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도 예로 든다. 그들은 모두 주인공에게 해를 입히는 악인이지만 우리가 묘하게 그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그 악역이 우리 안의 또 다른 자아, 숨겨진 인격을 대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로 가득 찬 문학 작품은 10대와 20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관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문학을 읽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잠깐의 고통을 통과하면 문학을 통해 고난의 바다를 헤쳐갈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는 것이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육체적 질병과 정신적 질환을 통해 우리는 깨닫는다. 병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재난임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자체가 커다란 종합병원을 닮았음을.”(28쪽)

작품에서 인용한 문장과 그것을 요리한 일종의 음식인 해설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알레고리’ ‘상징’ ‘은유와 직유’ ‘의인화’ 등 수많은 문학기법을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