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소년의 ‘희망 찾기’… 새 영화 ‘자전거 탄 소년’

입력 2012-01-12 18:32


보육원에서 지내는 열한 살 소년 시릴(토마 도레)의 꿈은 소식이 끊긴 아빠와 잃어버린 자전거를 되찾는 것이다. 아빠를 찾기 위해 보육원을 도망친 시릴은 애지중지 여기는 자전거를 아빠가 팔아버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보육원에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릴의 자전거를 되찾아준 미용실 주인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는 시릴에게 주말 위탁모가 되기로 한다.

두 사람은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지낼 수 있을까. 냉정한 시선으로 유럽 사회의 문제를 일관되게 비판해온 벨기에 출신의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는 이 영화에서도 가족 해체와 청소년 탈선 등 제법 묵직한 주제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이전 작품과 달리 희망과 구원, 연민과 용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위트 넘치는 영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대중적이다.

시릴은 유일한 핏줄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는다. 그의 유일한 놀이 도구이자 친구인 자전거도 도둑맞는다. 기껏 찾아간 아버지는 “다시는 오지 말라”며 냉정하게 문전박대한다. 보육원 교사는 물론이고 어른들 말이라면 ‘쇠귀에 경 읽기’ 하듯 시릴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염병 같다. 그 가운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인물이 사만다다.

사만다는 뛰쳐나가려고만 하고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는 시릴의 행동을 묵묵히 참아낸다. 언젠가는 시릴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심리적 동기를 배제한 맹목적인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힌 다르덴 형제의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구원과 치유, 그리고 사랑에 어떠한 각주를 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면하게 한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괴로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그 속을 뚫고 희붐하게 밝아오는 작은 희망을 발견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바뀔 때마다 초여름의 햇살과 함께 흘러나오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 웅장하면서도 감미롭게 다가온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