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가 보여준 큰 감동!… 극소수 스크린에도 기대 이상의 관객 동원
입력 2012-01-12 18:32
532대 4.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미션 임파서블 4:고스트 프로토콜’과 유럽 예술 영화 ‘르 아브르’의 스크린수 차이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4’의 누적관객은 644만6812명이고, 앞서 지난달 8일 개봉한 ‘르 아브르’는 총 9870명의 관객을 모았다. 가히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격이다.
하지만 다양성 있는 작은 영화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르 아브르’는 프랑스 작은 항구도시에 숨어들어온 아프리카 소년을 가난한 노인과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도와주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은근한 유머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지난해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작으로 한 달 넘게 롱런하고 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래 2만6170명의 관객을 모았다. 활화산 주변에 사는 도시의 가난한 아이들이 소원(기적)을 이루려고 애쓰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것을 향해 다가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경쾌하게 그려졌다.
서울을 중심으로 불과 13개 극장에서 상영된 이 작품은 평단의 지지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개봉 1주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20개 미만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중 개봉 5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한 ‘그을린 사랑’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흥행 속도다. 동화 같은 스토리와 미남 배우 오다기리 조의 열연도 인기 비결로 작용했다.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가 사는 피부’는 지난달 29일 12개관에서 개봉해 3일 만에 3903명을 끌어 모은 데 이어 지금까지 1만339명을 기록했다.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속도다. 인간의 욕망과 복수심이란 뜨거운 주제를 냉정한 화법으로 그린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반전을 보는 재미가 크다. 현재 22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존 캐머럴 미첼 감독의 ‘래빗 홀’은 13개 극장에서 상영 중인데, 그동안 1만67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할리우드 스타 니콜 키드먼 주연이라는 점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지만 아들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다룬 비상업 영화라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결말에는 한 움큼의 온기와 삶에 대한 긍정을 담아 보는 이의 마음을 달래준다.
한국 감독이 만든 독립다큐멘터리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15일 개봉된 이성규 감독의 ‘오래된 인력거’는 누적관객 3100명에 불과하지만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 막을 내리지 않고 3개 극장에서 선보이며 ‘작은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400만 극빈자가 살아가는 인도 콜카타(옛 명칭 캘커타)에서 작은 꿈을 품고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견디는 사람들의 모습이 울림을 준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