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한 느낌” “슬림해 보이는” 홈쇼핑 방송, 외국어 남발… 방통심의위, 언어사용 실태 조사

입력 2012-01-12 21:59


“시크한 느낌과 질감이 잘 표현되는 디자인”(GS홈쇼핑), “스타일을 파워풀하게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는…”(현대홈쇼핑), “오리털 점퍼지만 슬림해 보이는 포인트가 살아있다는 거예요”(CJ홈쇼핑).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TV 홈쇼핑 방송이 불필요한 외국어를 지나치게 많이 쓰고, 비문법적인 문장과 부적절한 경어법 등을 사용해 시청자들의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방송된 CJ홈쇼핑, 농수산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GS홈쇼핑 등 5개 홈쇼핑 방송 프로그램을 분석한 ‘케이블TV 상품판매방송의 언어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를 통해 홈쇼핑 방송의 진행자가 같은 뜻을 가진 우리말이 있음에도 외국어 사용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은 조사 대상 프로그램 모두에서 발견됐다. 특히 CJ홈쇼핑의 의류 제품(오리털 점퍼)을 소개한 프로그램에선 특히 심했다. 70분짜리 방송에서 ‘덕다운(오리털)’ ‘블랙한 톤(검은 색조)’ ‘아웃도어(야외 활동복)’ ‘그레이 컬러, 옐로 컬러, 핑크 컬러(회색, 노랑, 분홍)’ ‘베스트에서 팬츠까지(조끼에서 바지까지)’ ‘스포티한(활동적인)’ ‘스티치(바늘땀)’ ‘샤이니한(반짝거리는)’ 등을 남발해 16회나 지적됐다.

보고서는 “쇼핑 진행자가 부자연스러운 외래어와 외국어, 어려운 전문용어를 남용하고 있다”며 “이는 잦은 외국어 사용을 지식과 기품의 지표로 잘못 여기는 사회적 추세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연말이 되면 모임도 굉장히 많아지실 거고요”(농수산홈쇼핑), “수분이 달아나실 틈이 없어지실 겁니다”(현대홈쇼핑) 등 제품에 대해 경어를 사용하는 잘못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반품이 가능한 것을 ‘무료 체험’이라고 소개하는 등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도 있었으며, 시제가 맞지 않거나 주술관계가 어긋나는 비문도 많았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은 건전한 상행위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불필요한 외국어로 이미지를 포장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작진은 진행자에게 방송언어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진행자는 자신의 표현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수시로 점검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