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대문시장을 옥죈 야만의 먹이사슬
입력 2012-01-12 18:16
서울지방경찰청의 남대문시장 수사결과는 암흑가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 수십 년간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된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불법 폭력을 동원해 자릿세 등 영업보호비 명목으로 뜯어낸 돈이 16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우리 사회의 허술한 치안시스템을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이러니 시장이 활기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 한때 불야성을 이루던 남대문시장은 이제 오후 10시만 넘으면 대부분 상가의 불이 꺼지는 등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문제가 된 ㈜남대문시장은 1954년에 청소와 방재 등 기본적인 시장관리를 위해 설립된 회사였다. 시장 내 1만여 개 점포의 상인들이 낸 돈으로 청소하고 경비하는 일이 주요 업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관리의 범위를 넓혀 주요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하고 이권을 행사하면서, 상인의 등을 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영업권과 생존권을 흔들어 상인들을 괴롭혔고, 상인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순응해온 관행을 만들어온 것이다.
남대문시장의 먹이사슬은 약자의 이중삼중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밑바닥 노점상의 고통은 컸다. ㈜남대문시장 직원들이 자릿세를 뜯는 것도 모자라 경비원, 청소비징수원과 상가운영회도 나서 정기적으로 돈을 받아갔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노점상 260여개의 연합체인 ‘노점상연합회’가 힘없는 노점상을 보호하기는커녕 먹잇감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신형 손수레를 부실하게 만들어 놓고도 30%나 비싸게 강매하는 방법으로 차액을 챙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은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비슷한 행위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행정관청과의 유착 부분이다. 이미 상인들 입에선 공무원들이 남대문시장에서 이뤄지는 불법을 알고도 눈감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비단 남대문시장 뿐이겠는가. 경찰은 이번 기회에 서울과 지방 가리지 말고 재래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파렴치한 민생침해사범을 잡아들여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