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봉투’ 악용하는 이들부터 물갈이하라
입력 2012-01-12 18:13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란 용어를 삭제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돈봉투’ 파문에도 불구하고 보수란 표현을 없애야 한다는 쪽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민심이 더 나빠지고 쇄신 동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인 보수 세력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오는 17일 개최될 비대위원과 당 소속 의원들 연석회의에서 재론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이날 결정으로 보수 논쟁의 불씨는 일단 사그라졌다고 하겠다.
우여곡절 끝에 쟁점 하나는 정리됐으나, 한나라당이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 돈봉투 사건을 둘러싸고 불순한 의도의 이전투구식 싸움질을 벌이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진정으로 깨끗한 정치를 만들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흠집을 내려고 확인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퍼트리거나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것이다. 인적 쇄신의 대상에서 빠지려는 속내도 읽힌다. 이 범주에는 한나라당 대표 또는 사무총장을 지낸 이들도 들어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비유하며 “한나라당이 막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장된 감이 있지만, 돈봉투 파문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로 인해 당 전체가 더 망가지고 있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먼저 스스로의 과오를 고백하기는커녕 자신은 순백한 척하며 남 탓만 하는 이들을 보고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갖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궁지에 몰려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증만 커질 뿐이다. 한나라당의 수명이 다했다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다. 사익(私益)을 위해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에게도 결코 득 될 게 없음은 물론이다.
한나라당의 4·11 총선 공천 심사작업이 다음주부터 본격화될 모양이다.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검찰조사가 불가피한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해 얄팍한 계산아래 돈봉투 파문을 악용하는 이들도 물갈이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