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등골 빼먹는 남대문시장 ‘검은 손’

입력 2012-01-11 18:50


남대문시장 관리회사와 경비원들, 상인연합회가 6년간 시장 상인들로부터 조직적으로 금품을 갈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인들은 장사를 못 하게 될까봐 돈을 빼앗기면서도 참고 지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남대문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자릿세 등 영업보호비 명목으로 11억4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경비원 김모(4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남대문시장 대표이사 김모(74)씨 등 시장 관리회사 임직원 8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이 횡령한 회사자금과 불법노점 임대수입 등을 합치면 피해액은 16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경찰은 또 남대문시장 개선사업을 빌미로 12억6000만원 상당의 노점 손수레 260대를 부실하게 제작해 연합회 소속 노점상에 강매한 혐의로 남대문시장 노점상연합회(다우리회) 회장 김모(54)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시장 관리회사인 ㈜남대문시장 임직원들은 2005년 1월부터 시장 이면도로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상 57명으로부터 청소관리비 명목으로 자릿세 6억8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확한 기준 없이 매일 3000∼4000원을 받거나 매월 40만∼50만원을 걷었다. 심지어 야쿠르트 배달원에게까지 “공병이 나온다”며 매달 50만원씩 청소비를 뜯었다. 관리회사와 별개로 남대문시장 내 본동상가상인협의회도 노점상 46명에게 3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 이중으로 자릿세를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원들 역시 개별적으로 상인을 협박해 금품을 상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대문시장에 소속된 이들은 “돈을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한다” “허락 없이 인테리어 공사할 수 없다” “불법 증축을 눈감아주겠다” “질서유지선을 침범했다” 등 온갖 이유를 대며 영세상인들로부터 5000여만원을 뜯어냈다. 심지어 “사장님이 외출할 때 눈에 거슬리신다”며 매일 1∼3차례 호각을 불며 노점상인에게 짐을 싸들고 뒷길에서 30분간 숨어 있도록 강요했다.

상인들은 청소비를 내지 않기 위해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집에서 싸온 김치와 인근 식당에서 산 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거나 빵으로 끼니를 때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상인들은 진술 사실이 알려지면 보복당하거나 생업을 포기해야 할까 두려워한 나머지 진술을 거부하기도 해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