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한·중 대결 이제부터 시작
입력 2012-01-11 18:42
2012년 새해가 밝자마자 한·중 바둑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해 세계바둑계의 흐름은 한·중 양국의 대결구도였다. 일본의 부진과 함께 무섭게 성장한 중국은 황사바람을 일으키며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다섯 번 펼쳐졌던 한·중 결승전은 한국이 4대 1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비씨카드배에서는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을 3대 2로 꺾었고, 춘란배에서도 역시 이 9단이 씨에허 7단에게 2대 1로 승리를 거두었다. 또한 후지쓰배에서는 박정환 9단이 치우쥔 8단을, 삼성화재배에서는 원성진 9단이 구리 9단을 2대 1로 꺾었다. 중국의 유일한 승리는 TV아시아선수권전에서 콩지에 9단이 백홍석 9단을 이긴 것. 하지만 지난달 열렸던 스포츠어코드에서는 단체전과 혼성페어 모두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아직까지 개인전에서는 한국이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허리층이 두텁고 어린 기사들의 성장세가 빨라 앞으로 한국의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한·중 젊은 기사들의 교류전이 열렸다. 1월 4일부터 9일까지 베이징의 중국기원에서 진행된 교류전은 단장 유창혁 9단과 감독 김성룡 9단을 필두로 29명의 기사들이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비공식 행사로 전원 자비 부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랭킹 2위인 박정환 9단과 지난해 다승 1위와 승률 1위를 차지한 조한승 9단도 참여하는 등 열의를 보여줬다.
하루에 3판씩 3일간 9라운드로 치러진 교류전에서 첫날에는 팽팽한 승부가 연출됐지만 이튿날 대결에서 한국이 큰 차이로 패하고 마지막 날에도 분패하는 바람에 결국 120승 141패를 기록했다. 중국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래도 상위 랭커의 대결에서는 조한승 9단과 박정환 9단이 7승 2패, 강동윤 9단이 6승 3패를 기록하며 세계 최정상급 기사들의 힘을 과시했다. 1995년생 이후의 어린 기사들 대결에서는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했던 나현 초단과 여자 루키 최정 초단이 각각 6승 3패를 차지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짧은 일정으로 소화하기 힘든 대국 스케줄이었지만 한동안 중단됐던 교류전이 다시 진행돼 신예 기사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다. 비록 새해 첫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프로는 본 시합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선수들에게는 이번 교류전이 좋은 자극이 됐을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국과 중국의 대결. 올해에는 한국바둑이 더욱 힘을 내주기를 바란다. 한국바둑 파이팅!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