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돈봉투 일파만파] 안씨 이재오 측근… 친이계 ‘錢大’ 개입 여부 주목

입력 2012-01-12 00:31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들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가 진행되는 등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 수사는 돈 봉투 전달 경로를 밝히기 위해 현역의원에게 돈 봉투를 전달한 사람과 원외 당협위원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인사를 추적하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관 고명진씨가 고승덕 의원실에 돈 봉투를 전달한 사람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돈 봉투 전달경로를 밝히는 데 핵심인물로 꼽혔던 고씨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수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검찰은 고씨 진술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고씨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한나라당 Y의원실에 9일부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뤄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동안 박 의장 측 인사들과 사전에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고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는 점도 검찰이 고씨를 돈 봉투 전달자로 특정할 만한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검찰은 고씨 외에 돈 봉투를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3의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

당협위원장에게 돈 봉투를 전달한 안모씨에 대한 수사도 주목받고 있다. 안씨가 친이계 실세인 이재오 의원 측 인사라는 점에서 돈 봉투 사건이 친이계의 조직적인 범행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희태 후보 측의 서울 및 원외 조직을 책임졌던 안씨가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돌리도록 소속 구의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씨가 돈과 함께 구의원들에게 건넨 문건에는 서울지역 당협과 당협위원장 명단, 이들의 캠프 회의 참석 및 대리 참석 여부, 관리책임자 명단, 당협위원장과 친분있는 인물, 당협 사무국장 휴대전화 번호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문건을 확보할 경우 박 후보 측에서 한나라당 245개 전국 당협 대부분에 돈을 돌렸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안씨가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돈을 뿌린 정황을 확인한다면 돈의 출처에 대한 단서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돈 봉투 살포에 개입됐다면 자금출처가 대선 자금의 잔금이거나 정권 차원의 후원금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대선 때 쓰고 남은 불법정치자금이 7개월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