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강영우 박사 아름다운 나눔… 국제로터리재단에 장학금 20만달러 쾌척

입력 2012-01-11 19:01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고한 강영우(69) 박사가 이번에는 아름다운 기부를 했다.

9일 밤(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사무실에서는 국제로터리 재단 주최로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강 박사와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는 행사가 열렸다. 강 박사와 두 아들 폴 강(한국명 진석) 안과전문의, 크리스토퍼 강(진영)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이 최근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의 평화장학금(Peace fellowship)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한 행사다.

강 박사는 인사말에서 “나와 가족은 너무 많은 축복을 받고 살아왔다”며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제 삶을 여기까지 이끌어주고 지탱해준 ‘사랑’에 대해 빚을 갚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기부를 하자는 내 생각에 흔쾌히 동의해준 두 아들에게도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20만 달러를, 두 아들은 2만5000달러씩 내놓았다.

지난달 초 췌장암이 발견돼 한 달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지만 강 박사의 얼굴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기부한 장학금은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에 설립돼 있는 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학생들의 학비 등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호주, 브라질, 수단, 아이티, 멕시코 출신 학생들도 함께했다. 오랜 친구인 딕 손버그 전 법무장관 부부와 피터 카일 미 의회 로터리 클럽 총재 등이 참석했다.

강 박사의 암투병을 도우려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새물결신향교회 강봉규 목사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시가 3억원 상당의 봉황산삼을 전달하려 했으나 강 박사 측이 정중히 사양했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부인 석은옥 여사가 ‘박사님은 물을 넘기지 못하는 상태로, 감사하지만 병으로 고통받는 다른 분에게 전해 달라’고 말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주부는 말기암 완치에 도움이 되는 책자를 보내기 위해 필요하다며 국민일보에 전화해 강 박사 자택 주소를 물어오기도 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