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암투병 강영우 박사의 아름다운 기부

입력 2012-01-11 18:00

지난달 초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강영우(69) 박사가 국제로터리재단에 거액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강 박사가 20만 달러를, 그의 두 아들이 2만5000달러씩을 기부했고 로터리재단은 그제 워싱턴DC에서 답례 행사를 열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13살 때 축구공에 맞아 시력까지 잃은 강 박사는 1972년 국제로터리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피츠버그대에 유학해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출신 미국 박사가 됐다. 이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에 입성해 차관보급까지 올랐다. 장학금 기부는 이런 성공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재단에 대한 보은이자 새로운 은혜의 씨를 뿌리는 일이다. 더욱 갸륵한 것은 두 아들의 기부 동참이다.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그의 둘째아들 크리스토퍼 강은 “40년 전 아버지를 위한 장학금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아버지가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에 후대들도 감사를 표한 셈이다.

강 박사는 이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줬다. 고아로서 가난과 실명을 딛고 일어선 삶을 통해 역경에 처한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졌고, 인간 승리의 전범을 보여줬다. 죽음에 직면해서 그는 세상과의 아름다운 작별법을 선물했다. 지난 성탄절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보낸 작별편지 형식의 이메일에서 강 박사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참으로 복되고 감사한 한평생을 살아왔다. 여러분으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다”고 심경을 적었다. 그는 암 선고에 대해서조차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 할 시간을 허락받았다”며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불렀다. 아름다운 삶이며, 그 못지않은 향기로운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강 박사는 로터리재단이 운영하는 평화센터에 참여하는 한국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이 사용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강영우 일가족 장학금으로 그들 가족보다 더 축복받는 이, 그들만큼 감사할 줄 아는 가족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