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라미드 학교폭력 설치도록 정부 뭘 했나
입력 2012-01-11 17:58
경찰 수사로 밝혀진 서울 강남의 피라미드식 학교폭력 사건은 우리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무차별적인 폭력의 희생자로 말 못할 고통을 당해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학교 밖의 폭력세력이 학내폭력을 부추긴 것으로 밝혀져 조직폭력배 소탕의 필요성도 한층 높아졌다. 경찰은 말로만 폭력배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실적으로 이를 증명하길 바란다.
주범인 김모 군은 지난 3년간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중·고생 700여명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됐다. 건장한 체격인 그는 지난해 서울 모 고교를 중퇴한 뒤 ‘행동책’ 10여명을 선정, 강남 일대를 구분해 이들에게 맡겼다. 행동책들은 재학생과 자퇴생 등 50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선량한 학생들을 위협해 고급 옷이나 휴대전화 등을 갈취해 김군에게 상납했다.
주목할 점은 김군이 상납받은 금품을 유도사범 출신인 이모 씨에게 다시 상납했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이씨가 성인 폭력 조직의 일원인 것으로 보고 배후를 캐고 있다. 실제 이씨는 2008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김군을 안 뒤 무자비한 폭행으로 그를 학원폭력배로 키웠으며 이 조직의 고문 노릇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선량한 학생들이 조폭과도 같은 학원폭력배들에게 무려 3년간 시달렸는데도 경찰과 학교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며 검찰과 감정싸움을 벌인 경찰이나 학생을 방치한 학교측이나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찰과 학교의 무관심 속에 폭력배의 협박을 받은 학생들은 심한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도 느꼈다고 한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우울한 학교폭력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비교적 학교폭력이 덜한 것으로 알려진 강남권 학생들도 실상은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경찰은 학교와 협력해 이번 기회에 선량한 학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학원폭력배와 이를 사주하는 성인 폭력배를 완전히 뿌리뽑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