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남극서 화재 한국어선 긴급 구조… 아라온 도착때 선박은 화염에 덮여, 선원 3명 사망한듯
입력 2012-01-12 00:33
검은 연기가 끝없이 올라온다. 50㎞ 밖에서도 보일 정도다. 검은 연기는 먹구름과 맞닿아 있어 하늘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남극해에서 조업 중 불이 난 한국어선 ‘정우2호’에서 나는 연기다. 가까이 다가가자 여전히 선체를 태우고 있는 넘실대는 붉은 화염이 보인다. 선체 뒷부분은 완전히 검게 타버렸다. 정우2호는 끝내 전소했다.
남극 테라노바 만 앞바다에서 해양조사 연구를 지원하던 아라온호는 11일 새벽(현지시간) 남극 로스해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어선 ‘정우2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조난됐다는 소식을 듣고 4시45분쯤 뱃머리를 급히 사고해역으로 틀었다. 얼음지대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전속력 항해를 강행했다.
화재가 난 정우2호엔 한국인 선원 6명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선원 34명 등 모두 40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50㎞ 인근 해역에서 작업하던 자매어선 ‘정우3호’와 다른 한국어선 ‘홍진 707호’에 의해 대부분 구조됐다.
그러나 한 선실에서 자고 있던 10명 중 7명은 화상을 입었고, 베트남인 3명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직 배가 불타고 있어 시신을 찾지는 못했지만 숨진 것으로 보인다. 선원들이 모두 잠든 새벽 3시에 화재가 발생해 피해가 컸다.
구조된 선원 중 7명은 얼굴과 팔 등에 화상을 입었으며 이 중 2명은 중상이다. 김효성 정우2호 선장은 “부상자들이 신발도 안 신고 불을 밟고 나오다가 화상을 입었다. 남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선실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지만 유독가스가 너무 많아서 진입 자체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화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화재 원인도 발화지점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상자들은 아라온호에 앞서 오후 8시쯤 사고해역에 도착한 미국의 연구선 ‘나다니엘 B 팔머’호로 옮겨 미국 맥머도 남극 기지로 떠났다. 맥머도 기지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뉴질랜드로 후송될 예정이다.
당초 아라온호는 화재 진압에 나선 뒤 실종자를 수색할 방침이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땐 선박이 너무 많이 타버린 상황이었다.
아라온호는 정우3호 등에 옮겨 탄 구조선원들을 일단 사고해역에 남겨 두고 다시 남극 장보고기지 예정지인 테라노바 만으로 돌아갔다. 현재 테라노바 만에는 현대건설 관계자 등 8명이, 데이비드 빙하 지역에 운석연구팀 등 6명이 각각 남아 있다. 아라온호는 연구팀이 남극에서 철수하는 19일쯤 사고해역에 다시 들러 구조선원들을 태우고 뉴질랜드로 이송할 계획이다. 정우2호는 불길이 완전히 가라앉고 나면 정우3호에 예인돼 뉴질랜드로 돌아가게 된다.
아라온호(남극해)=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