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돈봉투 일파만파] 민주통합당 ‘돈 봉투 의혹’ 그냥 덮나
입력 2012-01-11 21:52
민주통합당이 ‘예비경선 돈 봉투’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검찰 수사 의뢰 등을 강력하게 촉구했던 지도부와 후보들은 한발 빼는 모습이고 진상조사는 지지부진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판 돈 봉투 사건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풍문에 묻힐 공산마저 커지고 있다.
원혜영 공동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끝까지 조사하고 확인될 경우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등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당에 부정선거 신고센터를 즉시 설치하고 돈 봉투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사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내 경선 전 과정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고 당내 경선 불공정행위 단속 권한 및 수입·지출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단은 9일 밤부터 사흘째 영남지역 현지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장인 홍재형 국회부의장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시간을 갖고 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정식으로 이름을 밝혀야 한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임내현 당 법률지원단장이자 진상조사단 간사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산과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5개 시도당을 돌며 이 지역위원장 59명을 상대로 조사했지만 누구도 돈을 줬다거나 받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당 차원에서 부정선거신고센터를 개설한 만큼 시민들의 신고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 측 당권주자들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문성근 후보 측은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당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학영 후보 측도 “당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현재는 검찰 수사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날 “구태정치 청산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 시민후보들이 민주통합당의 혁신을 견인할 수 있도록 투표에 나서 달라”며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비하면 크게 ‘톤다운’된 양상이다. 1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개편대회 및 합동연설회에서도 일부 후보들만 돈 봉투 사건을 들먹였다.
한편 민주당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돈 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의 의장직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오종식 대변인은 “박 의장 측이 돈 봉투를 돌린 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며 “국회의 권위와 엄정한 수사를 위해 박 의장 사퇴 촉구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하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