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갈취-상납… 피라미드형 학교폭력 조직 적발
입력 2012-01-10 22:15
후배들을 협박해 상납액을 정해주고 금품을 갈취한 피라미드식 학교폭력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중·고교생 후배들을 때리고 위협해 조직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상 상습공갈)로 이모(2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씨에게 지시를 받고 다시 후배들의 금품을 빼앗은 김모(18)군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이씨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구모(20)씨와 김군에게 지시를 받은 신모(16)군 등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조직에 연루된 중·고교생을 포함해 50여명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서초구 내 A고교 선후배 사이로 2009년 초부터 두목격인 이씨를 정점으로 구씨, 김군으로 이어지는 지시 계통을 형성한 뒤 이씨가 고교 후배인 구씨와 김군에게 직접 상납을 지시했다. 구씨 역시 김군 등 후배 2∼3명을 밑에 두고 상납을 받았으며 이씨나 구씨에게 지시를 받은 김군 역시 B중학교 후배 등 4∼5명을 아래에 두고 학생들로부터 돈을 뜯어오도록 지시했다. 김군의 지시를 받은 후배들은 출신학교를 중심으로 인근 중·고교 학생들에게서 금품을 갈취했다. 밑에서 올라온 금품은 바로 위 선배에게 상납된 뒤 다시 이씨의 손에 들어갔다. 경찰은 김군과 같이 지시를 받고 후배들로부터 상납을 받은 학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유도를 배운 이씨는 후배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유도복을 입히고 대리석 바닥에 수십 차례 내리꽂거나 온몸을 마구 때리는 등 폭행했으며 “신고하면 병신을 만들어 버리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로부터 상납을 요구받은 김군도 B중학교 후배들을 오피스텔로 불러 손발을 묶은 채 쇠파이프로 때리는 방법 등으로 위협해 돈을 뜯어낸 뒤 일부는 상납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했다. 이 폭력조직에는 10대 청소년 50여명이 연루됐으며, 강남권 일대 20여개 중·고교의 학생 700여명이 수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봤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예전에 폭력조직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학생들은 수차례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과 같이 서울에서 3∼4개 구를 관리하며 패권을 쥐고 학교폭력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