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지역 지정, 땅주인·지자체 “땅값 떨어진다” 반대 많아
입력 2012-01-10 18:41
경북 청도군 운문산 군립공원 일대는 2010년 9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청도군이 지난해 7월 환경부에 요청한 것이다. 토지 소유주인 운문사가 흔쾌히 동의했기에 가능했다. 1983년 군립공원 지정 후 91년부터 2010년까지 21년간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인 운문산 일대는 생태계의 보고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육상곤충, 식물, 포유류, 조류 등 1860여종의 생물종 서식이 확인된 바 있다. 청도군은 “군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지속적인 환경모니터링과 생물다양성 회복에 필요한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도군은 운문산 군립공원 내 27㎞의 생태탐방로를 조성 중이다.
경남 밀양시 재약산 사자평 고산습지도 2010년 12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토지소유주인 표충사가 창원 람사르총회를 앞둔 2006년 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사자평 고산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인 삵이 살고 있다. 경북 상주 공검지의 논 습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보호지역 지정을 신청해 지난해 6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전남 순천시는 ‘철새들의 낙원’ 순천만에서 인공 구조물과 식당과 주차장을 매입해 철거하거나 이전시키고, 생태관광의 시작 지점을 후퇴시키는 ‘역발상’ 전략을 구사했다. 대신 습지를 늘리고 핵심구역(절대보존지역)과 완충구역, 전이구역으로 구성된 보호지역을 확대했다. 2006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순천만의 자연에 관광객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시는 자연생태관과 주차장을 2012년까지 북쪽 5㎞ 지점에 조성할 국제습지센터 안으로 이전하고, 그곳에서 탐방열차나 자전거 등을 이용해 순천만에 접근토록 할 방침이다. 도로망이 좋아지면서 관광객이 하룻밤도 머물지 않고 대도시로 빠져 나가는 ‘빨대효과’를 봉쇄할 ‘벌통형 관광’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꽃에서 멀리 떨어진 벌통처럼 배후 편의시설을 멀리 배치하는 것이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보호지역 지정과정이나 보호지역 사유지 매입의 어려움을 곧잘 토로한다. 토지 매수에 큰 돈이 들고 예산 따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적은 예산으로 뭘 해보려고 하지만 실거래가에 가까운 보상을 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그러나 예산당국은 기업도, 사람도 아닌 자연을 위해 뭉칫돈을 투자한다는 개념 자체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보호지역 지정과정은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을 발굴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다음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 이때 토지소유주와 지자체가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행위제한 때문에 땅값이 떨어진다는 게 주 이유다. 이후 국토해양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지정·고시된다.
부산대 김동필 교수는 “사유지에 대해 매입기금 조성, 신탁, 개발이양권, 기부자에 대한 조세감면 등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국가공원청(NPS)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로부터 후원금과 전문지식을 지원받아 국립공원 보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며 “정부나 NPS는 그 대신 보호지역 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지 늘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