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돈봉투 일파만파] 친이계의 대반격…박근혜도 ‘돈봉투 덫’에 걸리나

입력 2012-01-11 00:01

‘돈 봉투’ 덫에 빠진 한나라당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도 ‘돈 선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번 파문이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당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선 경선도 돈 선거로 치러졌다”=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의원은 10일 당시 경선이 돈 선거로 치러졌다는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유력 후보 측이 지지자들을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조직 동원 선거였다’고 규정한 뒤 이런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두 사람은 5년 전 대선 경선에 나란히 출마했었다. 이들 주장이 풍문이나 간접 경험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진술’로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검찰이 대선 경선에까지 손을 댈 경우 파괴력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발언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당내 계파 간 정면 충돌로 이어질 개연성도 작지 않다. 홍 전 대표는 비대위에서 제기된 이명박 정권 실세 퇴진의 대상이고, 원 의원은 지난해 친이명박계 지원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한 적이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의 의혹 제기를 비대위와 친박근혜계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홍 전 대표와 원 의원이 같은 날 터뜨린 것도 심상치 않다. 친박계도 “두 의원이 비대위 체제를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의원은 “당시 박 후보는 돈 봉투를 돌릴 여력도 없었다”며 불쾌해했다.

한편 김재원 당 법률지원단장은 “지난 비례대표 공천 때 신청을 하려다가 돈 공천 얘기를 듣고 포기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재창당론 이견=재창당 문제를 놓고 동일한 ‘쇄신’ 스펙트럼을 형성했던 비대위와 쇄신파 간 대립도 벌이지고 있다. 쇄신파인 남경필 임해규 정두언 구상찬 김세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재창당도 심각히 고려해봐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당 비대위원인 김세연 의원은 자칫 비대위 활동에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들은 재창당이 자기부정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같은 사람들끼리 재창당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완전히 변신하려면 브랜드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당명개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상돈 비대위원도 “비대위 출범은 사실상 재창당”이라며 “(재창당 주장은) 전혀 당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는 비대위 출범 때 배제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견해차는 지난달 홍 전 대표 사퇴와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 겹치면서 제기됐던 친박근혜계의 ‘재창당 수준의 쇄신론’과 쇄신파의 ‘재창당론’ 간 대립 구도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시 쇄신파 중 정태근·김성식 의원은 탈당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터진 돈 봉투 사건 수사 결과와 재창당 논란의 강도에 따라서는 의원들의 줄탈당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광고마케팅 전문가 출신으로 최근 발탁된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미쳐야 한나라당이 변하고, 나라가 변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재호 신창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