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부처의 ‘밤섬 다툼’… 환경부, 람사르 습지 등록 이번 주 신청-국토부 “하천 관리 불가능” 반대

입력 2012-01-10 22:26


서울 한복판의 철새 도래지로 이름난 한강 밤섬(사진)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밤섬에 대한 람사르 습지 등록신청서를 이번 주 중 람사르사무국에 낼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람사르 사무국은 밤섬의 생물다양성과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르면 4월쯤 밤섬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전망이다. 람사르 습지는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체결된 람사르 협약에 따라 물새 등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 보전가치가 있거나 희귀하고 독특한 유형의 습지를 대상으로 람사르 사무국이 지정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그간 밤섬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는 환경부의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10일 “환경부가 람사르 습지 등록을 하고 나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는 속셈인 것으로 안다”면서 “그럴 경우 밤섬에서 준설 등 아무런 공사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천관리가 불가능해지고 나서 홍수 빈도가 커져 하천 준설 필요성이 생기면 어쩌냐”고 반문했다. 환경부 유제철 자연정책과장은 “부처 간 협의에서 국토부가 반대하더라도 람사르 습지 등록을 강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와 마포 사이에 있는 밤섬은 자연상태로 보전된 하중도(河中島)여서 독특한 유형의 습지로 평가받는다. 과거 한강개발에 필요한 골재 채취를 위해 폭파됐다가 토사가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복원되는 등 형성 과정의 지형학적 가치가 크다.

밤섬에는 큰 기러기, 가창오리 등 멸종위기종 7종과 매, 말똥가리 등 법정보호종 7종 등 582종의 생물이 서식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이다. 공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특히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75년 12월 21일부터 발효된 이 협약에는 전 세계 160개국이 가입했다. 람사르 습지는 모두 1971곳이 지정됐다. 국내에서는 97년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용늪을 시작으로 경남 창녕군 우포늪, 충남 태안군 두웅습지 등 모두 17곳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는 99년부터 밤섬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보전지역 지정을 요청하고 보호관리대책을 마련한 경희대 유정철 생물학과 교수는 “전 세계 람사르 습지 가운데 대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은 곳은 거의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특히 서울의 보호지역 가운데 출입을 금지하는 등 동물을 위해 이용 자체를 제한하는 곳은 밤섬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