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도 우리 행복을 막지 못합니다”… 김정하 목사-최미희 사모의 ‘오직 예수’ 이야기
입력 2012-01-10 17:52
지금, 행복합니다 김정하 최미희 지음/청우
우리는 곧잘 “예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합니다”라고 신앙을 고백한다. 그러나 정작 이런 고백이 내 삶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날까?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 경우엔 자신이 없다. ‘예수님 은 내 인생의 주님’이라고 고백했건만 그분과 더불어 삶을 지탱해 줄 수많은 다른 것들을 추구하는 내 모습에 얼마나 실망했던지.
그래서 내게는 그 삶을 ‘살아낸’ 믿음의 롤 모델이 필요했다. 온전히 ‘오직 예수’만으로 만족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내 앞에 있다면 나도 흉내 내듯 따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느 날, 그 ‘하나님의 사람’을 만났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정하 목사와 최미희 사모다.
이분들은 평생 가난했다. 찢어질 듯이. 김 목사는 살아가면서 이 세상의 온갖 허드렛일이란 허드렛일은 다 해보았다. 결혼 후에는 조금 일어설 만했다. 그러나 마침 닥친 IMF 금융위기로 연약한 살림살이를 다 날려 보내야 했다. 부부는 산 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그날 벌어 그날 먹으며 살았다. 우여곡절을 거쳐 신학을 공부했다. 경기도 성남에 샬롬교회를 개척했다. 부부와 아들, 딸 등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자면서 어렵사리 목회를 했다. 작디작은 미자립 교회였다. 그러다 2년 전, 김 목사에게 현대의 불치병인 루게릭병이 찾아왔다. 지금 그의 육신은 점차 스러져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박복하기 그지없는 인생이다. 그럼에도 김 목사와 가족들은 고백한다. “지금 행복합니다”라고.
어떻게 그들은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그런 위대한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주 예수 그리스도.’ 어둠의 터널 속에서 빛이 되어 주신 분이다. 그 예수님 한 분 만으로 늘 만족하며 살아온 삶이었기에 고난이 닥쳐도 그 고백이 자연스레 나왔다.
이 책에는 김 목사 부부의 절절한 믿음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책을 읽고 난 뒤 인생의 여러 희미한 것들이 사라졌다. ‘오직 예수’에 대한 생각만이 뚜렷해졌다. 추운 날, 저녁을 준비하시던 어머니는 옆을 지키던 내게 “옜다, 이것 먹어라”며 썰다 만 무 꽁무니를 내미셨다. 그때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무의 깔끔하고 담백했던 맛을 기억한다. 이 책이 주는 맛도 그렇다. 예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한 삶, 다른 어떤 것도 섞지 않은 깔끔하고도 담백한 신앙의 맛이 책 속에 있었다. ‘그래, 주님 한 분만으로 나는 만족할 수 있어요….’ 내 안에서 굵고 깊은 고백이 솟구쳤다. 뜨거운 눈물이 앞을 흐렸다. 주님은 언제나 그런 분이셨다.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분. 책은 내게 새삼 그 명백한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지금은 대학에 진학한 두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늘 기도하며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렸다. 힘든 삶 속에서도 그분은 언제나 ‘바로 그 시간’에 응답해 주셨다. 아이들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오직 예수님 만으로’의 신앙을 갖게 됐다. ‘부모의 하나님’이 ‘자녀들의 하나님’이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 어떤 것 보다 더 강력한 신앙교육이 아니겠는가.
이 책에는 ‘흘려보낸다’는 구절이 자주 등장한다. 무엇을 흘려보내는가. 물질이다. 돈이고, 땅이고, 기회다.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따뜻한 그들에게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기부했다. 돈이 들어오는 순간 그들의 감각세포는 금세 깨닫는다. ‘주님이 바라보시는 누군가에게 이 돈이 필요한 모양구나’라고. 그 주님의 사람을 만나는 순간은 여지없이 찾아온다. 그러면 이들은 그 돈을 그 사람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이렇게 하나님의 뜻이 통과하는 ‘통로’로 살았다.
루게릭병으로 지금 김 목사는 손발을 움직이기도 힘들다. 최 사모 외에는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 발병하기 전까지 김 목사는 목회를 하면서 구두닦이를 했다. 구두를 닦아 번 돈으로 ‘컴패션’을 통해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여러 명 후원했다. 그가 더 이상 구두를 닦지 못했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그에게 구두를 맡겼던 손님들이 감동을 받아 김 목사가 후원하던 아이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다. 아,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컴패션에서 김 목사 부부는 유명인사다. 2년 전 성탄절에는 컴패션 대표 서정인 목사와 홍보대사격인 탤런트 차인표씨 부부, 웰콤의 문애란 고문 등 컴패션 사람들이 샬롬교회를 찾아 감동의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차씨는 이 책 추천사에서 “만일 외국인이 ‘한국에는 자랑스러운 성직자가 누가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김정하 목사님이 있다’고 말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루게릭병에 걸린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전도지를 전한다. 한마디 말을 하기도 힘들 김 목사의 표정은 너무나 맑다. 남편을 바라보는 최 사모 표정은 밝다. 맑고 밝은 부부다.
최근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각 언론매체들이 김 목사 부부 이야기를 집중 다뤘다. 기독교에 대해서는 언제나 부정적 내용을 내보내기 앞장섰던 이들 매체가 김 목사 부부에 대해서는 왜 그리 따뜻한 시선을 보냈을까? 바로 이 시대가 ‘오직 예수’에 사로잡힌 맑고 밝은 목자와 신자를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살아보려 했지만 두려워 살지 못했던 삶을 대신 살아준 사람, 그래서 “지금, 행복합니다”라는 고백이 마치 나의 고백처럼 와 닿는 사람, 결국 나와 그의 경계를 허물며 그의 건강과 더 행복한 목회를 위해 기도하게 만드는 사람…. 이 시대의 ‘성자’ 김정하 목사 부부다.
글=박명철 작가(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