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래스’에 상담교사가 없다… 5곳 중 4곳 전문인력 없어 학교폭력 등 조기 대처 못해
입력 2012-01-10 15:55
서울 강북지역의 S고는 지난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를 소집했다. 자치위 결과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한 학생을 집중적으로 괴롭힌 이 학교 1학년 학생 10명이 징계를 받았다. 가해 학생 중 3명은 강제 전학됐고, 나머지는 봉사활동을 명령받았다.
가해 학생들은 상습적으로 피해 학생의 뺨과 가슴을 때렸으며, 머리에 물을 뿌리며 괴롭혔다. 피해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던 가해학생들로부터 집단폭력을 당한 충격에 지금도 병원을 다니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가해 학생, 피해 학생 모두 같은 반이었다.
담임교사도 감쪽같이 모르고 있던 학교폭력을 적발한 건 상담사였다. 상담사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신지체 학생을 상담하던 중 같은 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학생의 학교폭력 피해사실을 알게 됐다. 상담사는 즉각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려 자치위를 열도록 했다.
S고 김모 교장은 “학교폭력이 더 오래 가기 전에 포착해 피해 학생을 조기에 보호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상담사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S고 소속이 아니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인근 청소년수련관에서 1주일에 두 차례 S고로 파견한 전문상담사였다. 이 학교는 위클래스가 있지만 전문상담교사가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위클래스 설치예산만 주고, 전문상담교사를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학교뿐 아니다. 10일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설치된 3170개 위클래스에 근무 중인 전문상담교사는 452명에 불과하다.
계약직 상담사 139명을 합하더라도 위클래스에 상주하는 상담전문인력은 591명이다. 위클래스 5곳 중 4곳 이상은 상담전문인력이 없는 셈이다.
교육지원청 별로 설치된 위센터 소속 전문상담교사들이 몇 개 학교씩 순회하면서 상담을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집단폭력 등 이미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 요청을 받은 학교에 출동하기에도 바쁜 실정이다. 상담사들이 상주하지 않는 많은 학교들은 학교폭력 등 위기학생 문제에 조기 개입하거나 예방조치를 취하는 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건 교과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다. 교과부는 2009년 이후 전문상담교사 채용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전문상담교사는 전국적으로 883명밖에 안된다. 그나마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31명은 위센터에 배치돼 있다. 학생들이 고통받을 때, 피해를 호소하거나 즉시 도움을 받기 어렵다.
교과부는 전국의 모든 중·고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하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매년 1500명씩 뽑기 시작했다. 2014년까지 모두 53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진로와 직업’ 과목을 담당하면서 학생들의 진학상담을 맡는 이들은 그러나 학교폭력 등 위기학생을 지도하는 상담업무는 맡지 않는다.
교과부가 진학상담교사들을 대거 충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위클래스 상담교사를 뽑지 않는 건, 학생생활지도나 위기학생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걸 반증한다.
한국전문상담교사협의회 관계자는 “위클래스 교사들이 너무 부족해서 위기학생 지원은 물론이고 또래 상담이나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 등을 학교현장에서 실시하기 어렵다”며 “과원교사들을 일정시간 연수시킨 뒤 재배치해서라도 위클래스 인력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