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박희태 ‘노란 봉투’ 어디서] 개인돈? 대선잔금?… 친이계 ‘십시일반’ 지원금 유력

입력 2012-01-10 19:08

박희태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에게 전달하려다 미수에 그친 ‘노란 돈 봉투’는 어디서 나온 것 일까. 고 의원이 9일 이런 노란 봉투가 쇼핑백 안에 잔뜩 들어 있었다고 밝힘에 따라 상당한 액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돌려줬다고 밝힌 300만원이 2008년 전당대회에서 245개 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에게 일제히 전달됐다고 가정하면 이 금액만 7억3500만원에 달한다. 물론 더 큰 봉투를 받았거나 고 의원처럼 거절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시 당 대표에 당선되는 조건으로 ‘4당(當)3낙(落)’(40억원을 쓰면 당선, 30억원 쓰면 낙선)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조직 가동과 캠프 운영에 거액이 쓰였다는 얘기다.

따라서 검찰 수사의 초점이 박 의장이 뿌린 자금의 출처에 맞춰질 경우 이번 사건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판도라의 상자가 이 대목에서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추정이 돌고 있다. 우선 박 의장이 개인 돈으로 노란 봉투를 만들었을 수 있다. 박 의장은 지난해 3월 공직자재산등록에서 97억1197만원을 신고한 재력가다. 하지만 서울 대치동 상가를 비롯한 부동산이 95억9000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대출 받으면 이듬해 재산신고에서 ‘증거’가 남는다. 두 번째 가설은 박 의장과 친분이 두터운 정치권 외부 인사나 기업이 자금을 댄 경우다. 하지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당내 경선에서, 그것도 현 정권의 실세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박 의장에게 선뜻 ‘투자’할 만한 이들이 있었겠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가 친이명박계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뒀을 가능성이다. 2008년 7·3 전당대회는 MB 정권 등장 후 첫 지도부 선거여서 친이계로서는 박 의장을 내세워 반드시 당권을 잡아야 할 시기였다. 전폭적 지원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박 의장 캠프에도 친이계가 대거 포진했었다. 또한 2010년 6·2 지방선거와 다소 시간적 거리는 있지만 미리 ‘공천 보험’을 들 필요가 있었던 정치 지망생들이 자금을 지원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 추정이 가장 민감하다. 이른바 ‘대선잔금설’ 또는 ‘대통령 당선축하금설’이다. 2007년 12월 대선 때 쓰고 남은 불법정치자금이 7개월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 투입됐다는 게 대선잔금설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게 사실이면 이번 사건은 곧바로 ‘제2의 차떼기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적어도 대선잔금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후 수차례 지난 대선에서 기업으로부터 단 한 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캠프 인사들이 대선을 전후해 개인적으로 받았을 가능성까지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