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 창당 100돌 맞은 남아공의 씁쓸한 현실… “무지개 나라 ‘만델라 비전’ 상실”
입력 2012-01-09 22:09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8일(현지시간)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ANC는 인종주의에 가장 용감히 저항, 남아공의 악명 높은 소수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를 폐기시키고 민주화를 이뤄내 전설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4년 남아공의 첫 민주·보통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줄곧 의회와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부패에 찌들고 실업 등 민생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내 ANC 지지자에게조차 ‘불편한 100주년’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오후 블룸폰테인의 한 경기장에서 수만명의 당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기념식에서 당 총재인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이번 행사는 단지 ANC 당원들뿐만 아니라 식민통치 압제를 물리친 남아공 국민과 이를 도운 아프리카 대륙 및 전 세계를 위한 축하 행사라고 밝혔다.
주마 대통령은 이어 ANC는 “인종과 성, 계급을 넘어선 모두의 고향”이라며 이런 점이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오랜 해방운동 정당인 ANC를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주치의로 ANC의 창립 멤버였던 샐리 모틀라나는 주마 대통령 세력이 움베키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일 등을 거론하며 “ANC는 이제 가장 큰 힘이었던 민주적 합의 원칙 및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 되는 ‘무지개 나라(rainbow nation)’라는 만델라의 비전을 잃어버렸다”고 탄식했다. 사회 각계에 만연한 부패와 실업도 고질적이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40%에 달한다.
수도 요하네스버그 외곽에서 조경회사를 경영하는 음완딜 시플리는 “계약을 위해 공무원들을 접촉할 때마다 뇌물 요구에 시달린다”며 “거의 모든 거래에는 뇌물이 개입돼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주마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ANC는 다수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이제 새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실업과 가난, 불평등을 3대 과제로 제시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