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출시 열성홍반·화상 ‘요주의’… 전기장판 등 난방 보조기구 사용시 주의할 점
입력 2012-01-09 18:05
“직업상 늘 유니폼을 착용하기 때문에 겨울이면 다리가 시려 책상 아래에 전기난로를 켜두고 생활했습니다. 얼마 전 스타킹을 신으려다 다리를 보니 종아리 부근이 온통 붉은 자국으로 얼룩져 마치 뱀살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피부과를 찾아갔더니 의사가 ‘열성홍반’이라고 하네요.” 최근 인터넷 지식 상담 코너에 은행원 이모(31·여)씨가 다른 사람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신도 쉬운 해결책을 찾으려 올린 글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전기난로 전기장판 등과 같은 난방 보조기구 사용이 늘고, 덩달아 화상 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난로 및 장판에 의한 화상은 끓는 국물 접촉 등의 다른 접촉 화상과 달리 노출시간이 길기 때문에 화상 정도도 심한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40℃에도 오래 노출되면 화상 입을 수 있어=화상은 원인에 따라 열상화상, 화학화상, 전기화상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상이라면 열상화상을 가리킨다.
열상화상은 화재 시 직접적으로 불에 접촉해서 생기는 피부손상, 끓는 물에 의한 조직손상, 주전자나 전기난로 및 장판, 온찜질 팩, 온돌방 등과 같이 뜨거운 물질과 접촉했을 때의 화상을 의미한다.
보통 55℃에서는 10초, 60℃에서는 2∼3초 동안의 접촉만으로도 2도 화상까지 발전하게 된다. 40∼42℃의 온수에 발을 담그는 족탕도 1시간 이상 할 경우 열성홍반 또는 가벼운 1도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화상 예방은 화상 유발 물질과의 접촉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화상 정도는 손상 받은 피부의 깊이에 따라 열성홍반과 1∼4도 화상으로 나뉜다. 열성홍반이란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열에 장시간 피부가 노출된 후 발생하는 그물 모양의 색소침착과 붉은 반점을 말한다.
1도 화상은 화상을 입은 부위가 붉게 변하지만 물집은 생기지 않고 붓고 경미한 통증을 동반하는 정도, 2도 화상은 피부의 진피 일부까지 약간 더 깊이 침범한 화상으로 물집이 생기고 붓고 심한 통증을 느끼는 수준이다. 또 3도 화상은 피부가 표피는 물론 진피 층까지 모두 화상을 입은 상태, 4도 화상은 그 아래층의 힘줄이나 근육, 뼈 등에도 화상이 침범한 경우로 이때는 사지절단뿐만 아니라 생명을 잃을 위험도 높다.
◇응급처치 시 얼음, 감자, 술 등 사용 금물=화상에 의한 흉터, 사지절단 등과 같은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화상을 입었을 때 초기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우선 화상을 일으킨 원인물질을 즉시 제거하고 2분 이내에 흐르는 차가운 물로 10∼15분 정도 환부를 식혀준다. 이어 깨끗한 수건으로 화상 부위를 감싸고, 병원으로 후송한다.
단 이때 얼음찜질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장영철 교수는 “피부를 식힌다고 얼음을 직접 환부에 댈 경우 화상에 의한 피부 손상이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요법으로 술이나 감자, 바셀린 연고, 돼지 껍질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이 역시 화상 부위에 세균 감염 위험을 높이고 추가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장 교수는 “팔찌나 시계, 반지, 귀걸이, 허리띠 등도 오랜 기간 열을 저장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화상 부위가 부어오르게 되면 손발 끝으로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화상 발생 초기에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화상 부위에 물집이 발생했을 때 터트려야 할지 여부는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물집 지름이 1∼2㎝ 이상으로 크다면 되도록 터트리지 말고 병원을 방문, 조심스럽게 진물만 제거한 후 물집을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새 피부가 빨리 재생되고, 세균감염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소형 전기난로 등 난방 보조기구를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가까운 거리에서 전기난로를 장시간 쬘 경우, 찜질 팩이나 전기매트를 맨살에 직접 댄 채 장시간 사용할 경우 열성홍반 또는 1∼2도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40℃ 내외의 온수에서 하는 족탕도 열성홍반 예방을 위해 20∼30분 정도 하는 것이 알맞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