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루게릭병 판정받은 절망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분은 아버지였다”

입력 2012-01-09 19:18

당대의 가장 유명한 과학자로 불리는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결국 자신의 70세 생일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전날 퇴원하는 바람에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열린 기념 심포지엄에서 축하객들을 맞은 건 미리 녹음된 호킹 박사의 컴퓨터 음성 메시지였다. 하지만 ‘나의 짧은 역사(a brief history of mine)’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그가 털어놓은 내밀한 삶 얘기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고 인디펜던트지가 전했다. 이날 연설 제목은 자신의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불치의 루게릭병으로 판정받은 절망 속에서 그를 일으켜 세운 아버지에게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당시 케임브리지대학 박사 과정에 있던 그는 “런던의 병원에서 수주일간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의료진들은 뭐가 잘못됐는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알아챘지만 결과를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특히 담당 의사는 검진 결과를 보고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고 호킹 박사는 말했다.

이 절망 속에서 의사 역할을 한 사람이 아버지였다. 열대 전염병 연구자였던 호킹 박사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호킹 박사의 수학에 대한 관심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아들이 자신처럼 의학을 직업으로 갖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호킹 박사는 “그 시절 내가 조언을 구했던 유일한 사람이 아버지”라고 했다. 연설이 끝난 뒤 주인공은 없었지만 길고 따뜻한 박수가 이어졌다고 BBC는 보도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