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행복으로 되돌아 옵니다-⑧(끝) 탈북청소년 교육공동체 셋넷학교] 소도시서 새 인생 설계토록 도움

입력 2012-01-09 19:18


2003년 어머니, 형과 함께 탈북한 박영명(21)씨는 서울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갔지만 교사들이 차별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엇나가기 시작했다. 2005년 중학교 2학년 때 자퇴한 후 폭주족 생활을 했고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판을 전전하기도 했다.

박씨는 2008년 탈북청소년 교육공동체 셋넷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막연히 검정고시를 본 뒤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3일 ‘착한 마을 희망 프로젝트-소도시에서 새싹 틔우기’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프로젝트는 셋넷학교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사업에 선정돼 5000만원을 지원받아 시작한 것으로 탈북 청소년이 지역 소도시에 애착을 가지고 정착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박씨는 지난해 상반기 전남 지역 탐방을 마치고 7∼10월 강원도 원주에서 다른 친구들과 서울을 오가며 재활용센터 등 지역기업체 견학,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봉사 활동에 참여한 뒤 원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예 셋넷학교 원주캠퍼스 기숙사로 숙소를 옮겼다. 박씨는 “대학 진학 대신 중장비 운전을 배워 정착할 생각”이라며 “국비를 지원해주는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도시에서 새싹 틔우기 프로젝트가 작은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1월 시작된 프로젝트에는 15∼20명의 탈북청소년이 참가했다. 전남과 원주에서 6개월씩 진행됐으며 지역의 쌀과자와 참기름 공장 등 지역기업을 방문해 직업체험을 하고 지역민을 만나 준비한 창작극 등 공연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탈북청소년 7명이 원주에 정착하겠다고 결심했다.

셋넷학교가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수도권 위주의 탈북청소년 정책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 탈북청소년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례가 많다. 대학도 면접만으로 입학할 수 있는 수도권 대학으로 무턱대고 진학했다가 실패한 경우도 많다.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은 “7명이 적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있을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