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바다 식목일
입력 2012-01-09 18:08
식목일은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1872년 시작됐다. 자연에 대한 애정이 깊은 언론인이자 농업전문가인 줄리어스 스털링 모턴의 주창에 따라 4월 10일 첫 식목일(Arbor Day) 행사가 열린 이후 미국의 각 주는 앞 다퉈 식목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모턴은 1893년 제 22대 스티븐 클리블랜드 대통령 때 연방정부 농무장관으로 기용됐다. 식목일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은 코네티컷 출신 버지 노스럽의 공적이다. 그는 1883년 일본에 이어 호주와 캐나다 유럽에도 식목일을 전수했다.
우리나라에 식목 행사가 시작된 것은 1911년 조선총독부 시절로 알려져 있다. 식목일이 정식으로 지정된 것은 1949년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대통령령이 마련되면서다. 4월 5일은 조선 성종 24년 임금이 동대문 밖 전농동의 선농단에 나아가 제를 지내고 직접 농사를 짓는 모범을 보인 뒤 설렁탕을 백성들에게 낸 음력 1343년 3월 10일에 해당된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거나 식목일은 1960∼70년대 매우 중요한 국가 행사로 치러졌다.
그런데 바다를 녹색으로 만들자는 운동은 우리나라가 발원지가 될 모양이다.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지정하는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해저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알리고 황폐화를 막기 위한 취지라니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연안에는 ‘갯녹음’이라는 백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바닷물을 떠다니는 탄산칼슘이 해저생물이나 바위 등에 가라앉아 어패류와 해조류가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되는 현상이다. 1970년대 말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동해안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오염, 인공구조물에 의한 조류 소통 방해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바다 식목은 황폐화된 해저에 숲을 조성함으로써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운동이다. 바다숲 조성은 오는 26일 준정부기관에서 공단으로 탈바꿈하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이 추진하고 국민들은 바다 식목일에 해조류 이식이나 바다쓰레기 수거, 불가사리 같은 해적생물 잡기 등을 통해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바다 식목일도 식목일처럼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녹색 지구를 지키는 축제일이 됐으면 한다. 2005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공휴일에서 제외되자 좋은 취지마저 퇴색해버린 식목일의 전철은 밟지 않기를 바란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