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희태 의장은 즉시 귀국해 조사 받으라
입력 2012-01-09 22:00
박희태 국회의장이 2008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돈봉투를 돌렸다는 고승덕 의원의 검찰 진술이 일파만파를 불러 오고 있다. 집권당 대표 경선에 나온 정치인이 돈을 돌렸다는 사실도 충격이거니와 고 의원의 설명도 매우 구체적이라 박 의장이 검찰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 의장은 해외순방을 접고 즉시 돌아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적 이유도 상당하다. 국회의장이 됨으로써 당을 떠났지만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으며 그 당의 지원으로 국회의장의 자리에 올랐다. 해외순방을 마치고 다음 주 말에나 검찰수사에 응하겠다는 자세는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
순방 예정 국가의 국회로부터 수개월 전에 초청을 받아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이유를 대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민법도 사정이 변경되면 그 계약은 효력을 잃는다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문명국에 다 통한다. 설사 그 나라를 방문해 의원외교를 펼친다 하더라도 돈으로 집권당 대표자리를 샀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목전에 둔 정치인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겠는가. 예산을 낭비하고 국가 망신만 시키지 않을까 두렵다.
국회의장이 검찰 소환을 앞둔 잠재적 피의자 신분으로 해외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다. 수사가 끝나 혐의를 완전히 벗은 뒤에 당당하게 출국하면 본인은 물론 나라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데도 유쾌하지 않은 순방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 혐의는 지시자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죄에 해당한다.
집권을 통해 국민에 봉사하겠다고 모인 결사체인 정당의 대표자가 돈으로 그 자리를 사려했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행위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같은 의혹을 받는다는 자체만으로도 수치며 나라 망신이다. 박 의장은 자기반성을 통해 다시 한번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국민을 위한 올바른 봉사의 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