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 연장·실버 채용, 재계로 확산되길

입력 2012-01-09 18:09

정년을 연장하거나 은퇴자 채용 계획을 밝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장·노년층을 위해 기업들이 추진하는 ‘정년 연장·실버 채용’은 아주 바람직하다. 재계가 기업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고령화 대책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정년을 늘리는 데 앞장선 기업으로는 단연 홈플러스를 꼽는다. 현재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5년 연장하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도 도입하지 않았다. 임금을 줄이지 않고 정년을 대폭 연장한 것은 유통업체 가운데 홈플러스가 처음이다. 직원 2만명 이상이 수혜 대상이다. 직원들과 공영공생(共榮共生)의 길을 택한 홈플러스는 2008년부터 만 50∼65세 남녀를 대상으로 수시로 실버 채용도 해왔다. 정년 연장을 임금피크제와 연계하거나 정년 후에 한시적으로 계약직 신분을 유지시키는 다른 기업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용패턴을 보여준 것이다.

롯데마트가 만 56∼60세 사원 1000명을 무기(無期)계약직으로 뽑아 최장 15년 동안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한 것도 획기적이다. 무기계약직은 2년 이내의 고용 계약을 맺는 기간제근로자(비정규직)와 달리 근무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장기계약직으로, 정규직에 비해 임금차별을 받을 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올해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 2000명을 6개월 계약직인 실버사원으로 뽑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7%에서 2018년 14%, 2026년 20%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빠른 기간에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자들의 일자리 대책을 수수방관했다가는 대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에서 불고 있는 정년 연장과 실버 채용의 순풍이 재계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정부도 서둘러 고령화시대의 취업 대책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