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진홍] 친이계, MB와 퇴장할 준비해야
입력 2012-01-09 18:11
요즘 친이계 즉 ‘명박돌이’의 심정은 어떨까. 모르긴 해도 참담하고 암울할 것 같다. 권력의 무상함도 새삼 절감할 듯하다. 4년 전 ‘더 이상 좌파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입법부에 대거 진출했으나 18대 국회가 끝나가는 현재는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가 돼버렸으니 말이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바람을 타고 여의도에 입성했다가 2008년 총선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탄돌이’의 전철을 밟고 있는 형국이다. 옹색해진 자신들 처지와 대조적으로 몇몇 ‘탄돌이’는 올 총선에서 재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친이계 일부는 정신적 공황장애까지 겪고 있지 않을까 싶다.
‘탄돌이’ 전철 밟는 ‘명박돌이’
열망과 좌절의 사이클은 MB 정권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내리막길에 접어든 지금은 실망뿐이다. 그 이유는 많다. 경제를 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노무현 정권과 달리 오만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독선적으로 국정을 끌어갔다. 적재적소의 인사(人事)를 바랐으나, ‘고소영’ ‘S라인’ 인사가 반복됐다. 도덕적으로 깨끗할 것으로 여겼는데, 친·인척은 물론 측근들까지 줄줄이 비리에 연루됐다. 대통령 주변에 동지는 없고, 이익만 챙기려는 동업자들이 몰려들어 권력을 농단했다. 급기야 공직자들이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 일부 보수세력도 등을 돌렸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초라해졌다.
MB정권에 대한 낙심은 오는 4월 치러질 총선에서 ‘명박돌이’에 대한 심판으로 표출될 것이다. 친이계나 ‘명박돌이’란 이름에 내포돼 있듯 이들의 운명이다. 친이계 스스로도 잘 한 게 별로 없다. 국회에서 민생을 제대로 챙기기는커녕 계파싸움과 권력싸움을 벌여 민심을 잃었다.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은 가뜩이나 궁지에 몰려있는 친이계에게 치명적인 사건이다. 고승덕 의원은 검찰에서 2008년 당 대표 경선 당시 친이계 지원을 받아 당선된 박희태 현 국회의장 측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친이계인 안상수 의원이 대표로 뽑힌 2010년 전당대회도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돈 받은 의원들의 줄소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여당 대표 자리를 쥐락펴락하다가 제 발등을 찍은 것은 물론 한나라당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은 셈이다.
전당대회 돈봉투로 치명상
그럼에도 친이계는 친박계가 아닌 소위 비박(非朴)계와 연대해 목청을 높이고 있다. 고 의원의 ‘돈봉투’ 폭로에 친이계를 전부 물갈이하려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MB정권 실정의 책임을 지고 MB맨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이상돈 비대위원과 당 정강에서 ‘보수’란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언급한 김종인 비대위원을 조만간 의원총회에 불러 추궁할 태세다. 두 위원의 ‘과거’를 거론하며 사퇴하라는 압박도 계속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를 공격함으로써 살 길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가 침몰하면 한나라당은 공멸의 길로 내몰릴 것이란 점은 불문가지다. 때문에 친이계 행태를 놓고 ‘혼자 죽기는 억울하니 함께 죽자는 고약한 심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아갈 때보다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친이계는 MB와 함께 퇴장을 준비하는 게 맞다. 현 정권 탄생으로 그 소명을 다했다. 금배지를 한 번 더 달아야겠다고 집착하면 추해질 뿐이다. 한나라당의 ‘MB 차별화’도 거세질 것이다. 내팽개쳐지기 전에 마음을 비워야 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