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했던’ 김정은 생일… 우상화 작업은 계속
입력 2012-01-08 20:07
북한은 8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고 지도자에 오른 뒤 처음으로 생일을 맞았으나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한 매체들은 김 부위원장 생일과 관련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김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과 김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을 ‘민족 명절’로 지정해 주민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내부 결속을 다져온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김 주석 등의 생일을 전후로 열린 업적 토론회, 충성맹세 모임, 체육경기 등도 없었다. 또 지난해 발행된 올해 북한 달력에는 1월 8일이 일요일이어서 붉은 색으로 표기돼 있을 뿐 김 부위원장 생일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민족의 대국상’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마당에 장례식을 치른 뒤 얼마 되지 않아 김정은 생일을 대대적으로 내세울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대신 김 부위원장 우상화와 관련된 소식과 신년사설 등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선군정치는 자주통일위업의 필승의 기치’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사상도 령도도 풍모도, 담력과 배짱도 위대한 장군 그대로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신 것은 우리 민족이 받아 안은 최상최대의 영광이며 행운”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TV도 2009년 이후 이뤄진 김 부위원장의 현지지도 내용을 중심으로 만든 ‘백두의 혁명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만 방영했다. 영화에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던 2009년 4월 김 부위원장이 아버지와 미사일 관제 지휘소를 방문해 발사를 참관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다만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은 이날 하루 쉬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측이 이번 주 일요일에는 특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위원장이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뒤 첫 공식 활동으로 지난 1일 방문한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의 사단장 계급이 강등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이 방문했을 때 이 부대 김송철 사단장의 계급은 별이 3개인 상장(우리의 중장)이었으나 이번에는 별이 2개인 중장(우리의 소장)이었다.
대북 소식통들은 김 사단장이 계급만 강등된 채 사단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비리보다는 부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 등으로 연대책임을 졌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이 같은 일이 종종 있어왔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