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비스킷 대신 쌀·옥수수 달라”… 김정은 체제 후 첫 품목변경 요구

입력 2012-01-08 20:08

북한이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미국에 ‘영양지원’이 아니라 쌀과 옥수수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8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말 북한은 유엔 대표부를 통해 미국과 식량 지원과 관련한 협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미국에 분유, 비스킷 등의 영양 보조식품 대신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의 비중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인 지난해 12월 중순 베이징 북·미 협의 당시, 미국이 북한의 군용 전용을 우려해 영양 보조식품만을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품목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북한은 뉴욕 채널 접촉에서 “저장이 쉽고, 광범위한 주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원한다”면서 쌀과 옥수수를 거론했다. 이에 미국은 영양 보조식품으로 한정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으나, 재협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의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이 협의에서 영양지원 규모를 당초 24만t보다 늘리고 이외에 쌀 등 알곡도 함께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2008년 북한에 지원키로 약속했던 식량 50만t 가운데 미집행된 33만t 내에서 대북지원 규모를 검토해왔다.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만간 북·미 협상을 재개, 김 위원장 사망 이전에 사실상 합의했던 식량지원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잠정 중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미·일은 북·미 협상 재개 등 한반도 상황 논의를 위해 오는 16일쯤 워싱턴에서 3국 차관보급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북한의 투자유치 창구인 합영투자위원회 리철(李徹·75) 위원장이 물러나고 이광근(李光根) 전 무역상이 후임으로 임명됐다고 베이징 외교소식통이 8일 전했다. 합영투자위는 라선(나진·선봉) 지구와 황금평 개발 사업과 관련한 외국 투자 유치활동을 벌여왔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후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펴낸 책자 ‘북한의 주요인물’에 따르면 신임 이 위원장은 1953년생으로 김일성종합대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외교관으로 일하다 무역 실무에 뛰어들었다. 2000년 12월 무역상을 맡았고 조선축구협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2002년 9월에는 남북통일축구경기 참가 차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 소식통은 이 위원장이 최근 2∼3년간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으로 재임했다고 전했다.

리 전 위원장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제네바 유학 시절, 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를 역임하면서 김 부위원장과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