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기’ 악몽 재연될까 긴장한 한나라… “돈 봉투로 처벌될 수 있는 사람 공천 안돼”
입력 2012-01-08 22:10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검찰에 출두한 8일 당의 시선은 하루 종일 고 의원의 입에 쏠렸다. 2003년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온종일 당 안팎이 어수선했다. 고 의원 진술로 돈 봉투를 건넨 전직 대표 실명과 경선자금의 실체가 공개된다면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상적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할 수는 없다”고 당의 운명이 시계 제로임을 털어놨다. 그는 “지금은 검찰에 100% 맡겨두자는 게 원칙”이라며 “당으로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문제가 생긴다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갖고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낡은 정치와 완전히 결별한다는 생각으로 대처하겠다”며 “가상적인 얘기지만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처벌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에서 공천을 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돈 봉투 파문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고 만약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태”라고 밝혔고 부산의 초선인 장제원 의원은 트위터에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이 시대에 정치를 한 또는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인이다. 쓰나미의 예감을 느낀다”고 올렸다.
하지만 권 사무총장은 “어느 정도 밝혀진 상황이라면 사과해야 한다고 보지만 지금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게 우선”이라며 비대위원들의 대국민 사과 검토와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조현정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빨리 사과하자고 요구하겠다”고 했고 이준석 비대위원도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사과할 필요가 있다면 시간 끌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9일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비대위’ 차원의 대국민 사과 여부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명진 전 윤리위원장이 제기한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에 대해서도 권 사무총장은 “아직까지는 소문의 수준이라 당에서 직접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파문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어 돈 봉투 파문을 조기 진화하기 위해 공천기준, 공천방식 등 쇄신안을 9일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의 한 정치쇄신분과 위원은 “전국 지역구의 80%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방식으로 후보를 뽑고 나머지 20%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하자는 의견이 대세”라고 밝혔다.
한편 고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은 10박11일 일정으로 일본,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스리랑카를 방문하기 위해 이날 오전 출국했다. 국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순방은 방문국 의회의 공식 초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은 전날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윤영석 총선 예비후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