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해경 살인사건 이후, 중국의 이상한 태도

입력 2012-01-09 01:22

‘대사관 유리창 파손 사건’

지난해 12월 13일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둥팡둥(東方東)로에 있는 주중 한국대사관 내 건물 유리창이 외부의 공격으로 파손되자 대사관 측은 하루 뒤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당시 자료의 제목이 위에 적은 대로다.

베이징시 공안국이 수사에 착수한 직후라 사건 성격을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사건을 가치중립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이 자료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재야인사 식사 문제’가 떠올랐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던 5공 때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단식투쟁을 하자 중앙 일간지가 일단으로 이 기사를 처리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매일 기사 검열을 받던 엄혹한 시절이니 이렇게라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는 일반인이 얼마나 됐을까.

이에 비해 중국 외교부의 태도는 한국 대사관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류웨이민(劉爲民) 외교부 대변인은 사건 발생 이틀 뒤 정례브리핑을 통해 수사 착수 사실을 확인하면서 “총격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막 수사를 시작한 단계에서 그처럼 예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한국 외교부나 대사관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오늘로 사건 발생 28일째. 파손된 유리창이 새 유리창으로 교체된 것 빼고는 아무런 상황 진전이 없다. 베이징시 공안국은 “이 사건을 매우 중시해 수사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만 할 뿐이다. 쇠구슬을 발사한 ‘무기’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답이 없다.

마침내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국장)이 중국 어민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공무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이드라인에 따라 총기 사용을 하겠다는 것인데도.

중국 앞에만 서면 약한 모습을 보여 온 ‘조용한 외교’가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일까. 한국과 중국 정부는 수교 20주년을 맞아 올해를 ‘한·중 우호교류의 해’로 정했다. 중국은 이웃 나라와 진정한 친구가 될 생각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국 이익을 위해 윽박질러도 되는 대상쯤으로 여기는 것일까.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