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나라 다시 불거지는 ‘재창당론’] ‘돈 봉투’론 선거 못해… 쇄신파 중심 극약처방 說

입력 2012-01-08 19:27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한나라당에서 재창당론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더 이상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으니 당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박근혜 위원장을 전폭 지원해 온 쇄신파 사이에서 재창당 주장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8일 “이번이 바닥인가 싶으면 또 나락으로 떨어지고 끝없이 추락하는 상황”이라며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도 “돈 선거를 비롯해 잘못된 정치 관행, 이에 젖은 조직 구조 및 사람들과 단절하고 재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했고, 권영진 의원은 “당명·운영시스템·문화·정책 모든 것을 다 바꾸는 재창당이 불가피하다”고 거들었다.

최근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실세 퇴진론을 놓고 친이명박계와 사투를 벌인 비대위를 도왔다. 박 위원장과는 동지적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이어서 지난해 말 ‘재창당론 파동’ 때와는 여러 모로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당시 박 위원장은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쇄신파에서 재창당을 요구하자 “국민들이 용어에 집착해 한나라당 해체에만 관심을 갖게 되면 당의 신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면서 재창당이라는 형식보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실질적·내용적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돈 봉투 파문은 과거 차떼기 사건을 넘어서기 때문에 재창당이라는 극약처방을 써야 한다는 게 쇄신파 측 판단이다. 맞물려 친박근혜계 내에서도 일부 동조하는 의견이 있다. 한 의원은 “이번 상황이 제대로 수습되지 않는다면 재창당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공은 이번에도 박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그가 아직까지는 재창당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측근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은 잘못이 생기면 용서를 구하고 근본적 반성을 한 다음 그에 따른 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 과정을 생략한 채 간판만 바꾸면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달라졌다고 보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기류에는 재창당이라는 화두가 갖는 폭발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위원장이 이 카드를 꺼내드는 순간 곧바로 현 정권과의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997년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총재는 신한국당을 버리고 한나라당을 창당하면서 김영삼 대통령과 동지에서 적으로 확실하게 갈라섰다. 여당은 깨졌고, 그는 대선에서 졌다. 박 위원장에게는 그만큼 정치적 부담이 큰 사인이다. 박 위원장이 MB 정권과 절연하는 순간 친이계 내 상당수가 한나라당을 떠날 개연성이 다분하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쇄신파 의원들에게 “신뢰를 회복해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바뀌었구나 생각할 때 당명을 바꾸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전제 조건은 전혀 충족되지 않은 채 당장 당을 버릴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