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민주全大 시민선거인단… 외부 개입에 ‘동원된 허수’ 많다?

입력 2012-01-08 19:22

40대 A씨는 지난 6일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나라당 지지자인 그는 올해 총선과 대선 얘기를 화두로 한참을 얘기하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에 투표 신청을 꼭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 노선이 시민사회와 친노무현 세력 합류로 더 왼쪽으로 갔는데 지도부까지 진보색깔이 농후한 인사로 채워지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꼭 구(舊)민주계인 박지원·박영선·이인영 의원 중에 투표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아는 사람들에게 다 연락했다”며 “우리 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 여러 곳도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통합당은 “7일 오후 9시 지도부 경선을 위한 시민선거인단 신청을 마감한 결과 64만3353명으로 집계됐으며 당원 선거인단은 12만7920명”이라고 8일 발표했다. 정당의 당내 경선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인단으로 모바일 투표 신청자 비율이 88.4%에 달했다.

하지만 A씨 사례로 추정해보면, 허수(虛數)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등록만 하고 투표하지 않는 단순 허수가 아니라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동원된 허수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노총, 정봉주 전 의원의 팬 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지지자 등이 ‘뭉치 표’를 형성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접수자가 63%나 돼,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2040’세대 층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벌써 한국노총은 최대 10만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쟁의 사업장이 많은 금융산업노조와 화학노련이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도부 경선 출마 후보 9인과 당은 한결같이 대규모 시민선거인단으로 인해 판세가 더 예측불허가 됐다는 반응이다. 후보들은 특히 당락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시민·당원 대상 모바일 투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종식 대변인은 “선거인단 규모가 워낙 커지면서 이른바 조직 동원력으로 유권자를 커버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났다”며 “사실상 판세 전망은 무의미하며 오직 유권자의 표심에 달렸다”고 말했다.

9∼14일 실시되는 모바일 투표 결과는 미집계 상태로 이동식디스크(USB)에 담겨 후보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관돼 1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전당대회장에서 대의원 투표가 끝나면 함께 공개된다.

민주통합당은 ‘흥행 성공’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비용 걱정을 하고 있다. 이번 경선 후보자 등록비는 2010년 10·3 전대 때(6000만원)보다 2000만원이나 적은 4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따라서 지난달 26일 끝난 예비경선 등록비(15명, 각 500만원씩)까지 다 포함해도 등록비 총 수입은 4억35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지출은 1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장 대관비에다 모바일 투표 시스템 구축, 시민경선인단 모집을 위한 콜센터 운영, 투표 안내 문자메시지 비용,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 비용 등이 추가돼서다. 당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일각에서는 시민경선 방식이 결정되기 전에 비용 문제를 우려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비용 부담은 늘었지만 시민선거인단은 대선 때까지 당의 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대박을 터트린 셈”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